드라마 ‘여름향기’(2003), ‘연애시대’(2006) 등과 영화 ‘공범’(2013), ‘타워’(2012),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클래식’(2003) 등에서 선보인 배우 손예진에 대한 이미지는 ‘청순, 여성스러움’으로 표현됐다. 하지만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이후 그의 모습은 달라졌다. 비단 스크린뿐만 아니라 본인에게서도 전과는 다른 편안함이 느껴졌다. ‘해적’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기에 이런 변화를 가져다줬을까.
손예진은 ‘해적’의 개봉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드라마 ‘상어’ 이후 휴식 없이 바로 ‘해적’에 합류했기에 그가 느끼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는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적’을 선택했다.
“당시에 일에 대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어요. 그래도 ‘해적’이라는 작품을 놓치기 싫어서 결정했는데, 힘들게 찍었어요. 시사회 전까지도 영화가 어떻게 나왔을지 고민하고 걱정했었죠.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 이야기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상태니까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모든 기분이 눈 녹듯이 사라지며 고민과 근심이 사라졌죠. 지금은 마냥 해피모드에요.”
손예진은 ‘해적’을 통해 생애 최초로 검술, 와이어 액션 등 고난이도 액션에 도전했다. 그동안의 이미지를 뒤엎는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해적’은 우선 시나리오의 기발함에 반했어요. 재미있고 독특한데다가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자체가 매력적이었죠. 게다가 여자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새로움에 끌렸죠. 지금 이 작품을 놓치면 살면서 여자 해적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타박상이야 흔한 일이었죠.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다음날 찍을 액션 신을 몸에 빨리 익혀야했고 그럴싸하게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제가 가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도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죠.”
‘해적’에 있어서 최고의 난적은 ‘추위’였다. ‘바다 위의 배’라는 공간적 배경 때문에 배우들은 추운 날씨에 높은 곳에 올라가 강풍기의 바람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액션이라는 자체가 첫 도전이라 할 수 있는데, 몸이 굳어있는 상태에서 해야 하니까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았어요. 좀 더 유연하고 편하게 찍을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고요. 이렇게 야외에서, 그것도 사극 작품을 찍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고 새삼 깨달았죠.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머리도 땋아놨기 때문에 지끈지끈 아팠고요.”
이 모든 고생을 감수하고 손예진이 표현하려 했던 여월 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그 무엇이 손예진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진다.
“제가 생각한 여월은 어릴 때부터 남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굉장히 고독한 시간을 많이 보낸 외로운 여자 같아요. 힘에 있어서 여자이기 때문에 밀리고 약할 수 있는 부분을 극복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여성성이 강하지도 않죠. 조용한 카리스마와 정의로운 느낌이 들죠. 여월에게서 아픔이 순간순간 느껴져야 더욱 풍부해질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여월이라는 인물은 ‘조선판 잔다르크’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 만큼이나 이번 작품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바로 ‘귀신고래 프로젝트’다. 한국 토종고래의 학명인 귀신고래는 실제로 우리나라 동해안을 중심으로 출몰하는 신비의 영물이다. 바다 CG와 고래, 손예진이 어우러져야 했기에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고래 CG가 좋게 나왔어요. 가장 기대했던 장면이 고래와의 투샷이거든요.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그 장면이 되게 좋았어요. 거대한 고래와 그에 비하면 개미만한 사람이 만나 나누는 교감이라는 자체가 매력적이었죠.”
이렇듯 ‘해적’은 손예진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배우에게 있어서 슬럼프가 될 수 있는 이미지 고착화를 탈피시켜줬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과의 다이내믹한 호흡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를 좀 더 ‘편안한’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처음에는 ‘나랑 액션이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처음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죠. 게다가 서로간의 다이내믹한 호흡에 대해서도 경험하게 됐고요. ‘해적’은 한국 영화에 있어서도 하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에요. 또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고요. 이런 영화가 퀄리티 있기 나왔다는 것과 제가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이 되게 뿌듯해요.”
마음을 다해 노력했기에 후회는 없다. 이제 관객들의 ‘선택’만이 남았다. 손예진은 인터뷰 말미 ‘해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
“비슷한 시기에 많은 작품들과 경쟁을 하지만, 걱정보다는 일단 재미있게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에 만족해요. 상황들이 어떻게 벌어진다 해서 의지대로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관객들이 ‘해적’을 보고 ‘진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해요. 편안하게 오셔서 시원한 극장에서 재미있게 웃고 가시길 바랄게요.”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바탕은 깔렸다. 손예진을 비롯해 김남길, 이경영, 유해진, 김태우, 오달수, 박철민, 신정근, 김원해, 조달환, 조희봉, 정성화, 설리, 이이경 등 조선을 뒤흔든 도적들의 대 격전은 오는 8월 6일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