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ㆍ김기훈ㆍ이정아 기자] ‘동작의 외손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7ㆍ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나 의원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30일 당선 소감으로 “동작 주민과의 연대가 승리한 것”이라고 했지만,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2장의 사진과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나경원 의원의 동선은 이런 소감의 진정성에 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제보에 따르면 나경원 의원이 7ㆍ30 재보선 기간 숙식을 해결하는 곳으로 사용한 사당2동 A아파트 O동 경비실엔 당선 이후 축하난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보낸 것으로, ‘축 당선’이라는 글구가 씌여있는 리본도 달려 있었습니다. 택배 기사가 난 전달을 위해 달아 놓은 걸로 보이는 종이엔 ‘1205 나경원 의원님’이라고도 적혀 있었습니다. ‘1205’는 나 의원의 집 호수를 말하는 것이라는 게 이 아파트 주민들의 증언입니다.

이와 관련, 이창형 경찰청 비서실장은 ‘경찰청장이 나경원 의원에게 축하난을 보낸 게 맞냐”는 질문에 “보낸 건 맞다”면서 “어떻게 사당동 아파트로 난을 보내게 된 건지는 담당 직원이 휴가 중이라 경위는 아직 모른다”고 확인했습니다.

한 주민은 “나경원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에 그 집에 기거하면서 유세를 펼친 걸로 주민들은 알고 있다”며 “나 의원의 친인척이 선거 전에 입주했고, 나 의원이 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한 걸로 소문이 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득달같이 보낸 축하난은 그러나 수취자여야 할 나경원 의원에게 건네지지 못한 채 최소 사흘간 경비실 한 구석에 방치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A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주민은 “지난 1일(금요일) 저녁 때까지 경찰청장의 축하 인삿말이 적혀 있는 난이 경비실에 그대로 있었다”면서 “그런데 3일(일요일) 새벽에 다시 보니 난은 그대로인데 경찰청장 이름이 적혀 있던 리본만 사라졌다”고 얘기했습니다.

이 증언들을 종합하면, 나경원 의원은 동작을에서 당선된 직후 축하난에 걸려 있던 리본을 떼어내기 전까진 A아파트 O동 1205호엔 들르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7ㆍ30 재보선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였던 동작을에서 당선됐고, 또 새누리당에선 유일한 3선 여성의원의 반열에 오른 나경원 의원인 만큼 금배지를 거머쥐게 된 이후 눈코뜰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에 지역구 방문은 힘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회사원 김모(39)씨는 “투표권도 없이 우리 동네에 출마한 것도 보기 좋지 않았는데 당선이 되고 나선 나 의원 뿐만 아니라 그 집에 살고 있던 친인척들도 찾아 오지 않았다는 얘기 아니냐”면서 “앞으로 얼마나 지역구를 챙길지 두고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나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주소지가 동작을이 아닌 서울 중구여서 투표권을 갖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도 그를 좋지 않게 보는 여론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지방선거와 달리 출마자가 해당 지역으로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역 정서는 나 의원에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셈이죠.

나 의원은 이런 행보는 전남 순천ㆍ곡성에서 출마해 당선된 같은 당의 이정현 의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선거운동 기간 자전거를 타고 지역주민을 만나고, 당선된 뒤에도 서울로 상경해 새누리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는 걸 뒤로 미루고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이정현 의원의 ‘진심’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송됐기 때문입니다.

나경원 의원은 당선 인터뷰에서 승리 요인에 대해 “주민 속으로 들어가 더 낮은 자세로 더 많이 들은 것이 선거 승리요인이라 생각한다”며 “더 많이 듣고, 더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했던 게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나 의원은 선택한 동작을 주민들은 이 말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본지는 이성한 경찰청장의 축하난과 관련해 나경원 의원측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비서관 등과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 의원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이두아 전 의원은 “(A아파트) 부분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문제가 된 축하난은 3일 아침, 경비실에서 치워졌다고 합니다.

홍성원ㆍ김기훈ㆍ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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