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현병 환자, 잇단 사고…경찰관 1명 숨져 -흔히 “미쳤다” 하는 병…조기 발견ㆍ치료 중요 -환자와 주위 사람의 이해, 증상 악화 막는 효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1. 지난 8일 오후 경북 영양의 주택가에서 경찰관 2명이 A(42)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은 숨지고 1명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집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찰관을 찌른 A 씨에 대해 가족들은 “조현병을 앓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2. 치료감호 중인 병원 폐쇄병동에서 달아난 40대 살인 전과자가 하루 만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살인 전과자이자 조현병 환자인 김모(48) 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께 치료감호 중이던 광주 광산구 한 병원 폐쇄병동에서 달아났다가 다음날 오후 1시께 광주 북구 광주과기원 인근 도로에서 검거됐다.
최근 일어난 두 사고는 모두 조현병 환자가 일으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는 조현병은 말, 행동, 감정, 인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병적 상태다. 조현병에 걸리면 사람들의 말소리 같은 환청이 들리기도 하고, ‘내가 우주의 사령관’, ‘이 세상은 곧 망할 것’ 같은 망상도 생긴다. 흔히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는 대표적 정신 질환이 조현병이다.
조현병은 전체 인구의 약 1%나 될 정도로 생각보다 환자가 많다. 증상도 다양해 대처하기 쉽지 않지만, 약물 치료와 함께 가족과 주위 사람의 이해가 증상을 억제ㆍ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현병 환자,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 말할 수도”=세계 각지에서 실시된 조현병의 역학 연구에서는 1000명당 3~10명의 유병률이 보고되고 있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발병률의 남녀 간 차이는 각종 연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며 “다만 발병 연령 비율을 보면 남성은 15~25세가 가장 높은 반면 여성은 남성보다 약 10년 정도 늦게 나타난다. 질병의 예후는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조현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조현병을 앓을 생물학적ㆍ유전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환경적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발병한다는 학설이 의학계에서 알려져 있다.
조현병은 환자마다 다른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모든 환자에서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환자에게 여러 증상이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환자의 가족이나 이웃은 자신이 경험한 환자의 사례로부터 조현병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되기 쉽다. 조현병은 한마디로 사고(思考)의 장애로 나타나는 병이다.
한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사고의 흐름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 잘 나가다 열차가 탈선하듯 엉뚱한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하고(사고 이탈), 여러 내용의 말이 뒤죽박죽 섞이기도 하며(사고 융합), 잘 나가다 말이나 생각이 뚝 끊겼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곤 하는 사고의 두절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그래서 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엉뚱하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청은 조현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주위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한 일이 없는데도 귀에서 또는 머리 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한 교수는 “환자에게 들리는 말소리가 환자의 행동을 일일이 간섭하거나 욕을 하기도 하고, 행동에 대해 지시하거나 두 사람 이상의 말소리가 환자에 관한 내용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경우가 많다(지시형 환청)”며 “환시, 환미, 환촉, 환취나 내장과 관련된 신체 환각 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망상은 일반적 사회의 통념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이성적 설득으로는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병적인 믿음’을 말한다. 가령 ‘누가 나를 감시하고 내 뒤를 미행한다’, ‘내 주변에서 도청하고 몰래카메라로 감시한다’, ‘밥에 독약을 넣었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에서 내 얘기를 한다’ 같은 각종 피해망상, 남의 행동, 말, 주위의 변화가 나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망상이 흔하다. 과대망상, 신체망상,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는 질투망상, 종교와 연관된 망상, 죄책망상, 허무망상 등을 보이는 사례도 많이 있다.
▶“약물 치료 시 재발 감소…가족ㆍ주위 사람 이해 중요”=조현병은 기본적으로 뇌신경계의 질병이다. 때문에 뇌세포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조절해 환자가 정상 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해 약물 치료를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으로 활용한다. 항정신병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받으면 조현병의 재발 가능성이 약 4분의 1로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ㆍ당뇨병처럼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한 교수는 “약물에 의해 잘 호전되는 증상으로는 불안, 초조, 안절부절못함, 불면, 불안정한 기분 상태, 혼란스럽게 하는 이상한 느낌이나 생각, 한 가지에 집착되는 생각, 환각, 망상, 짜증, 분노 폭발, 충동적이고 난폭한 행동, 집중력이나 기타 여러 인지 기능의 장애 등”이라며 “일반적으로 질병이 반복적으로 재발할 경우 이전에 비해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도 길어지고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도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현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과 주위 사람의 이해가 특히 중요하다. 증상을 점점 악화시킬 수 있는 언동을 하거나 마음으로 이기라고 하거나 방치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한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언뜻 보기에 인격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면은 아주 섬세하고 마음속으로 괴롭고 답답한 점이 많다”며 “주변 사람이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애정으로 대해야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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