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크게 변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은 월드컵의 열기로 후끈하고 이런 열기만큼이나 외국 손님을 맞는 러시아 인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과거 러시아를 방문한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더욱 깨끗해진 길거리와 미소를 지으며 영어 주문을 받는 식당 웨이터들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구매력기준(PPP)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6위인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핵심국이자 경제대국이다. 이런 러시아와 우리나라는 1990년 수교 이후 교역이 계속 늘어 2014년에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국제유가 하락, 러시아 경기 침체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작년부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재등장은 의미심장하다.

서방 제재 속에서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외부를 향한 몸짓도 그만큼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6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한ㆍ러 비즈니스 포럼 행사장의 수용 가능 인원은 310여명이었지만, 러시아측 인사만 280명 넘게 신청해 양국 경제협력에 대한 더욱 높아진 기대와 열망을 반영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렸을 만큼 높은 수준의 원천ㆍ기초 기술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응용기술이 뛰어나다. 양국 경제구조는 그만큼 상호 보완적이다. 그렇지만 양국 경제협력은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때문에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4기 집권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빈곤수준을 절반으로 낮추는 등 경제현안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수입대체산업 육성 및 신동방 정책을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신북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이 신북방ㆍ신동방 정책 추진의 접점을 공유하면 협력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과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철도ㆍ가스ㆍ전력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9개의 다리(9-Bridge)‘ 전략과 관련해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 수립 및 행동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첨단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과학기술ㆍ특허ㆍ투자 등 총 19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이 중에는 양국간 경제교류 플랫폼 구축을 위해 무역협회와 러시아 로스콘그레스 재단이 체결한 MOU도 포함돼 있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그동안 가능성 수준에만 머물던 양국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음주에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2018년 이노프롬(INNOPROM) 국제산업박람회가 개최된다. 한층 격상된 양국 동반자 관계를 반영하듯 올해는 한국이 파트너 국가로 참가한다. 무역협회와 러시아 포르미카가 공동 주최하는 한ㆍ러 산업협력포럼에서 양국 오피니언 리더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양국 산업협력 방향과 경제협력 실현방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우리는 러시아 사람들이 보드카만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2016년 러시아는 맥주ㆍ와인 소비량이 세계 5위와 7위에 오를 만큼 좋아하는 술이 바뀌고 있다. 이쯤되면 러시아를 더 이상 ‘보드카의 나라’가 아닌 ‘맥주와 와인의 나라’로 불러야 할 판이다.

러시아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도 새로운 각도와 차원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월드컵의 열기가 양국 경제협력으로 옮겨 붙어 한반도와 유라시아 전역이 달아오를 날을 기대한다.


atto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