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샤테크(샤넬+재테크)’ 신화는 깨지지 않았다. 샤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 15년. 이제 샤넬 핸드백은 해마다, 아니 반기마다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 ‘상식’이 됐다. 샤넬을 비롯해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 업체들은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만 명품의 인기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
‘언젠가 또 오르겠지’ 하는 기대심리에 마치 재테크하듯 명품 핸드백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샤넬이 가방값을 올린다는 소문이 나면 마네킹이 들고 있던 가방까지 팔릴 정도로 매장이 북새통을 이룬다.
이는 데이터가 입증한다. 샤넬이 지난달 초 가방, 신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1% 가량 인상한다고 선언한 이후 A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5월7일~5월14일)은 29.6% 신장했다. 이는 올해 A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 신장률(1월1일~6월18일)이 16.1%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명품의 인기야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해외에서 명품을 사는 ‘원정 쇼핑’도 여전하다. 에르메스와 샤넬 등 주요 명품 가방은 프랑스 현지와 국내의 가격 차가 200만~300만원에 달해 여름휴가를 겸해 현지에 가 쇼핑을 하면 100만~150만원에 달하는 비행기값을 뽑고도 남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상품은 국내에서는 사고 싶어도 바로 구입할 수가 없고 주문을 한 뒤 몇개월씩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명품 브랜드들이 ‘비쌀수록 잘 팔리는’ 국내 사치품 시장의 속성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고가 마케팅 정책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계속 있어왔지만, 최근 가격 인상 주기가 연 단위에서 반기나 분기로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샤넬은 지난 5월 가방과 신발 등의 가격을 11% 가량 인상했다. 앞서 지난해 5월과 9월, 11월에도 가격을 인상한 ‘전적’이 있다. 샤넬은 지난해 9월 ‘클래식 2.55 라지’와 ‘마드모아젤 빈티지’ 등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17% 인상했고, 이어 2개월만인 11월에는 ‘코코핸들 미디엄 리자드’의 가격을 29% 올리며 총 30∼40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11월부터 면세점, 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채널에서 다섯차례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연이은 가격 인상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윤모(29ㆍ여) 씨는 “명품브랜드는 주로 환율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만 반대로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면서 “특히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마련할 시기인 봄철에 주로 가격을 올리는데, 유독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호구 고객을 뜻하는 은어) 취급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 브랜드가 국내 백화점에 내는 수수료도 평균 10% 정도로, 30%를 훌쩍 넘는 국내 브랜드에 비하면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연이은 가격 인상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명품 업체들이 이같이 비난을 받으면서도 ‘배짱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유독 한국에서만 ‘고가 전략’이 잘 먹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베블렌 효과’와 함께 고가의 명품을 소유할 경우 상위 계층에 소속된 특권의식을 느끼는 ‘파노플리 효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명품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에 분노하면서도, 명품 매장에만 가면 ‘순한 양’이 된다”며 “결국 명품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한, 명품 브랜드는 가격 인상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한국에서만 가격을 많이 올리다 보니 국내 판매 가격이 프랑스 현지 가격과 큰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프랑스 금융 그룹 BNP파리바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매장의 주요 명품 브랜드 평균 가격은 프랑스 매장보다 46% 비쌌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이고 일본, 대만,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명품 가격은 가장 비싼 편에 속했다. 한국 소비자는 명품에 대해 언제까지 ‘봉’이 될 것인가.
do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