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메이트페스티벌, 비전공자 구성 12팀 공연 -직장인ㆍ주부ㆍ대학생ㆍ70대 노인 등 각양각색 -“나에 집중할 수 있어 행복…평생 배우고 싶어”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목을 더 길게 하려면 승모근을 내려줘야할 것 같아요. ”
지난달 30일 ‘발레메이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홀 아트홀맥 대기실. 발레 무대의상을 입은 발레리나 두 명이 대기실 거울 앞에서 동작을 세세하게 확인했다. 춤을 출 때 어깨를 내리느냐 마느냐는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발레에서는 몸의 선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로 끝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동작을 확인하는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옆에선 10여명이 모여 동작을 맞추느라 분주했다. 이들의 열기 때문인지 공연 대기실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만큼 뜨거웠다.
화려한 무대메이크업, 도도한 몸짓, 자신감 있는 표정을 보면 프로 발레리나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취미발레생’들이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발레메이트페스티벌은 비전공자들이 모여 발레 공연과 대회를 펼치는 발레 축제다. 이날은 ‘스페셜 갈라’ 공연이 있는 날로 총 12팀이 무대에 섰다. 참가자들은 직장인, 주부, 대학생들로 다양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었다.
성인취미발레단인 스완스발레단에서 이번 공연에 참가한 성남에 사는 직장인 전양희(28) 씨는 퇴근 후 5개월동안 틈틈이 연습하며 이날 무대를 준비했다. 전 씨는 “일 끝나고 연습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내겐 발레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어릴 적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웃었다. 직장인 정모(31)씨는 공연을 앞두고 연차까지 쓰면서 연습에 몰두했다.
이날 가장 연장자는 일본에서 온 일흔 두살의 요시오카 마치코 씨였다. 그는 47세 때 고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 건강을 위해 발레를 시작하고 발레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까지 춤을 추게 됐다. 그는 “하루 3시간, 일주일 5번씩 토슈즈를 신고 발레를 할 만큼 발레를 사랑한다”고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이날 그는 일본 취미발레생 7명과 함께 사랑의 설렘이 가득한 가면무도회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에게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들에게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무대까지 설 만큼 발레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다양한 대답이 쏟아졌다. 신나는 돈키호테 무대를 펼쳤던 직장인 정윤희(33) 씨는 “발레를 배우고 키가 2cm나 컸다. 발레 하는 동안은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앞으로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평생 배우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영상으로 동선을 체크하던 채모(31) 씨는 “2년 가까이 발레를 하고 자세가 좋아지고 유연성도 좋아졌다”며 “발레를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만들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들은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발레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어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백조의 호수 3막을 연기했던 이은혜(35) 씨는 공연을 마치고 “아마추어지만 3개월 정도 일주일에 한 두번씩 만나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우리팀은 아마추어지만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했다”며 “특히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무척 소중했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를 기획한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은 “열정적인 성인취미 발레생들을 보면서 오히려 자극을 받고 식어가는 열정을 되찾게 됐다”며 “한국 발레의 꺼져가는 촛불을 밝히는 귀한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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