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 주제발표
대기업-중기 공정거래 정립 위해 징벌적 배상제 도입 고려할 만 보조금보다 혁신中企 지원 더 효과 -이동응 경총 전무 주제발표
생산성에 맞게 보상해야 고용안정 정년 60세·주52시간등 노동환경 급변 워라밸추구 가치관 변화도 새 도전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
“노동환경이 양적ㆍ부분적 변화에서 질적ㆍ구조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기업 경영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헤경氣UP포럼’ 제2세션에서는 ‘노동 정책의 대전환…노사의 상생 해법’을 주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 단축 등 굵직한 노동정책을 쏟아낸 데 따른 평가와 대응 방향 등이 논의됐다.
배규식 원장은 올해 1월 한국노동연구원장으로 취임해 노동정책에 대한 격려와 쓴소리를 두루 해 왔다. 이동응 전무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을 맡는 등 노동문제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피력해오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노동 정책과 관련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해야”=‘포용적 노동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배 원장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 공공기관 등 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 사이에 심각한 임금과 처우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 원장에 따르면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3.4%에 불과하고 나머지 80%에 이르는 근로자가 임금 수준이 낮고 처우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돼 있다.
배 원장은 “여기에 2차 노동시장과 1차 노동시장 사이에는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도 없다”며 “청년 입장에서는 생애소득, 승진, 교육, 발전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어학연수, 취업재수, 스펙쌓기 등을 통해 취업이 1~2년 늦어지더라도 1차 노동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또 대기업이 하청회사나 프랜차이즈 대리점을 쥐어짜는 구조 뿐만 아니라 588만명이나 되는 자영업자, 전체 근로자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 등도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중소기업, 영세기업, 자영업의 상황과 청년들이 기대하거나 취업하고자 하는 일자리 사이에는 매우 큰 강이 놓여 있다”면서 “이런 큰 갭을 일자리 미스매치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연계된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원장은 이같은 이중시장 구조를 해소할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대기업이 하청기업에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강요 등 불법행위에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함에서다. 배 원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지점 간 불공정 거래나 갑질에 대해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할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중소기업 중 혁신의지를 가진 곳을 도와주는 현장혁신사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라면, 중소기업들의 현장혁신을 지원하는 사업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생산성, 품질, 제품개선, 공정개선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임금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실현을 위해 직무급ㆍ직종급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직무분류, 직무급을 도입해 다른 분야까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 따라 기업도 적응해야”=이 전무는 ‘노동 환경 변화와 기업 경영’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전무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기업 경영도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노동 환경변화의 핵심에 정년 60세법 시행, 근로시간 단축법 개정 등 제도적인 변화와 함께 직업이나 일과 여가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 변화, 작업ㆍ생산방식 변화를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이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6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 2017년부터 전 사업장에 정년 60세가 의무화됐다. 이 전무는 “개별기업별로는 현재 정년연령이 낮을수록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박에 없다”며 “2017년부터 3년간 약 60만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 재원을 정년연장에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환경 변화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실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오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실행을 앞두고 있다.
젊은 세대가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며 ‘워라밸’을 추구하는 직업 가치관의 변화도 기업에게는 도전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생산 기술과 방식의 급격한 발전이 이뤄지며 일터 자체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 전무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로 임금체계 개편을 꼽았다.
그는 “성과, 직무가치와 무관하게 나이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고 인상되는 연공형 임금체계는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직무와 성과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이 전무는 “일의 가치와 생산성에 부합하는 공정한 보상이 가능해지면 기업은 근로자를 해고하려는 유인이 작아져 고용 안정성이 증대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현행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유연근무제를 우선적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행법상 활용가능한 유형은 탄력적, 선택적, 간주, 재량 근로시간제와 시차출퇴근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시간문제는 일하는 방식 혁신과 성과관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성과중심 인사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현실을 고려할 때 과도기적으로 근로시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업무프로세스 개선, 업무몰입도 제고, 근로시간 관리체계 구축 등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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