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놓고 -당국ㆍ학계 vs 업계 ‘갑론을박’ -출시 11개월 만에 1억여갑 판매 -정부, 오는 12월 경고그림 부착 [헤럴드경제(청주)=신상윤 기자]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가열해 연기가 아닌 기체 형태로 담뱃잎의 니코틴을 들이마실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그동안 담배업체들은 궐련형 제조담배가 기존 담배처럼 담뱃잎을 불로 태우지 않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덜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타르 같은 독성물질들을 상당 수준 배출하는 등 건강에 해로운 만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관련 학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에 나선 이유다. 보건당국도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점을 고려,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암 유발을 상징하는 경고 그림을 부착하기로 결정했다.
7일 관계부처와 관련 학계ㆍ업계 등에 따르면 담배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하면서 “‘글로’ㆍ‘릴’ㆍ‘아이코스’(가나다순)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태우지 않아 일반 담배보다 타르 등 유해 물질 함량이 90%가량 낮다”고 홍보해 왔다. 이후 애연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몸에 덜 나쁠 것으로 보고 대거 기존 일반 담배 대신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가 지난해 5월 28일 ‘아이코스’를 내놓으며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5월 판매량은 100만갑(1갑당 20개비)에 불과했지만, 이후 출시 11개월만인 올해 3월 월 판매량은 2400만갑(총 판매량 1억6300갑)까지 치솟았다. 증가율만 2400%나 된다. ‘몸에 덜 해롭다’는 이유로 흡연자를 사로잡으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3월 8.8%에 이르렀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앗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 1주년 기념 담배규제 정책포럼’에 참가한 스위스 산업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오렐리 베르뎃 연구원은 발표 자료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지적했다.
연구소가 ‘아이코스’와 일반 담배의 배출 성분을 비교한 결과 ‘아이코스’에서도 국제암연구소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아크롤레인, 크로톤알데히드, 벤즈안트라센 등 유해물질도 나왔다.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아이코스에서 배출되는 양은 일반 궐련 담배에서 배출되는 양의 74% 수준으로 “유해물질 함량이 90% 가량 낮다”는 제조사의 설명과 배치됐다. 아크롤레인도 일반 담배 대비 82% 배출됐다. 또 상당량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역시 포럼에 참가한 오사카 국제암센터 암역학부의 타부치 타카히로 박사의 발표 자료 ‘일본 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현황’에서도 일본 국민 5000여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는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연기)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 이 중 37%는 이로 인해 전반적 불편감, 눈ㆍ목 통증 등의 증상을 겪었다. 이는 간접흡연의 폐해 증상과 유사하다.
지난해 11월 대한금연학회가 개최한 ‘2017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성규 당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가 발표한 자료 ‘궐련형 전자담배의 실체’에 따르면 담배회사 내부 문건에도 궐련형 전자담배와 비슷한 찐 담배에서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찐 담배는 이미 1980년대 후반 다국적 담배회사인 RJ레이놀즈가 ‘이클립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당시 제조사는 찐 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에 견줘 훨씬 낮다고 영업 활동을 했다. 그러나 내부 문건에는 ‘기존 궐련에 비해 이클립스의 흡연량이 거의 2배 정도 증가했다’, ‘혈청 내 니코틴양이 기존 궐련 흡연자나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 이클립스 흡연자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일반 궐련 흡연자보다 증가했다’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담뱃잎을 통으로 쓰기 때문에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유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이 교수는 “담뱃잎에서 니코틴 성분만 뽑아 쓴다는 액상형과 달리 궐련형은 담뱃잎을 통째로 쪄서 만들기 때문에 독성이 그대로 살아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기존 전자담배와 다른 제품인 만큼 따로 궐련형 전자담배 항목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올해 12월 말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암 세포 사진을 붙이도록 하는 등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의 흡연 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담배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의 경고 그림 부착 결정 당시 담배 제조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담배협회는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성급히 암세포 사진이 있는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고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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