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 의심사례, 최근 4년 57건 달해 -무차입 공매도 투자자, 주문 이틀 뒤 오전까지만 증권 납입하면 법망 피해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공매도 주문 미결제 사고로 ‘공매도 폐지’ 여론이 다시 한 번 들끓고 있다. 불법으로 규정된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가 현행 금융시스템 아래서는 공공연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탓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주식매매제도 개선안도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적용되고, 이마저도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반발 여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가 무차입 공매도 여부가 의심된다며 금감원에 통보한 사례는 지난 2014~2017년 4년간 총 57건에 달했다. 이는 공매도 주문을 낸 뒤 2거래일이 지난 결제시한까지도 공매도 투자자가 결제 준비를 마치지 못한 사례들로, 2014년 21건, 2015년 16건, 2016년 10건, 2017년 10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누군가로부터 주식을 빌렸다는 전제로 매도 주문을 냈지만, 정작 이들로부터 주식을 산 투자자가 증권을 손에 쥐지 못할 우려가 생겼던 사례들이다.

증권시장에서의 결제는 T+2일, 즉 매매거래가 발생한 날로부터 3일째 되는 날(휴장일은 제외)에 이뤄진다. 기관투자자 A가 T일에 공매도 주문을 냈다면, 누군가로부터 빌려온 증권이 거래 상대방에게 넘어가는 것은 T+2일(당일 16시 시한)이다. 만약 공매도 주문자가 결제 시한인 T+2일 정오까지도 납입할 증권을 구하지 못한 경우, 거래소는 주문을 위탁받은 증권사로 하여금 그 원인을 기록해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달 초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는 의도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것으로, 최근 4년간 보고된 57건의 ‘무차입 공매도 의심사례’ 중 대다수는 공매도 주문을 낼 당시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펀드 환매일과 겹쳐 증권 수량이 부족하다거나 외국인 결제 지시서가 늦게 도착하는 등 고의성이 없는 경우다. 결제 종목수나 금액이 적어 지금까지는 해당 사례들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 골드만삭스 미결제 사고는 대상 종목이 20종목, 금액이 60억원에 달하는 등 규모가 커 이례적으로 시장에 발표됐다.

문제는 고의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거래소 및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T+2일 정오’가 지난 다음에야 가동된다는 점이다. 차입 여부를 확인하는 첫 단계는 투자자가 공매도 주문을 낼 당시인데, 이때 증권사는 주문자로부터 차입공매도 여부, 차입계약 성립 여부를 통보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계약서를 실물로 제출하거나 확인시켜줄 의무까지는 없어 “주식을 이상없이 빌렸다”고 통보만 하면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다. 무차입 공매도를 작정한 투자자로서는 주문 당시에는 차입한 증권이 없더라도, 거래소 측에서 결제 이상 여부를 기록하도록 요구한 결제일 정오 전까지만 증권을 구하면 법망을 피할 수 있다.

만약 결제 시한인 T+2일 오후 4시까지도 납입할 증권을 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엔 관련 상황을 거래소 측에서도 즉각 인지할 수 있는데, 거래소는 미결제된 증권만큼의 금액과 약 0.02%의 결제지연보상금만 내면 결제 시한을 최대 2일까지 연장해주고 있다. 이때 증권을 마련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는다.

당국은 최근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해 ‘실시간 매매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는 것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는 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투자자들의 주식 매매가능 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매매 가능 수량 이상의 주문을 냈을 경우 증권사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주식매매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할 한 금융유관기관의 관계자는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유주식 이상을 매도하는 주문을 우선 모두 차단하고, 해당 주문을 낸 투자자들의 차입 여부를 일일이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며 “전자는 공매도 투자를 하지 말란 것과 다름 없고, 후자 역시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준법확약서를 작성한 기관투자자에게만 공매도 주문을 받도록 하고, 위반시 처벌 강도를 높이는 등 사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