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의 경기전망이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3월 기업심리지수(BCI)가 31개 조사대상 국가 중 최하위로 조사되었다.
2016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부담을 늘리는 일련의 정책이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대동소이하다. 정부가 들고 나온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착근되지 못한채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 부정적 평가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기호황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어 성장잠재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낮은 생산성이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2017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OECD 조사대상 22개 국가 중 17위로 바닥권이다. 1위를 차지한 아일랜드(88달러)의 38%에 불과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서비스업과 제조업간 생산성 격차가 심각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32% 수준이다. 중견기업 역시 58%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 63.7%, 독일 58.5%, 일본 50.5%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70%로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선도기업의 일인당 부가가치는 후행기업의 9배나 된다. 개별 기업간 생산성 격차 확대가 2000년 이후 총생산성 둔화 및 임금 불평등을 심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비스업 규제가 제조업의 4배 이상이 되는 것도 생산성 둔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16.4%나 오른 최저임금 역시 비관적 미래 전망에 일조했다. 시급이 7530원으로 오름에 따라 음식점, 주유소, 커피숍, 호프집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알바생이 줄어들고 셀프 주유소가 늘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실제로 받는 최저임금이 미국ㆍ일본 보다 많다고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정기성과급과 숙박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한다. 산입범위 확대를 통해 인상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나 국회 차원의 논의는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14%에 달하고 80% 이상이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65%는 빈곤층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용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개혁 역시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의하면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은 2016년 73위다. 노사간 협력, 고용 및 해고 관행, 정리해고 비용은 바닥권이다. 노동시장의 비효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거시경제와 인프라 부문 지표를 끌어내리고 있다.
요즘 잘나가는 미국, 프랑스, 일본은 안정적인 노사관계와 유연한 고용시장의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 실리콘벨리의 역동성은 유연한 채용·해고 관행 없이는 불가능하다.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300페이지가 넘는 노동법규를 손보고 에어프랑스와 국영철도공사와 힘겨운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저성장과 높은 청년실업률을 타개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인식 때문이다. 임금인상 자제와 생산성 배가 노력이 도요타, 히타치, 소니, 닛산 등 일본의 주력 전자·자동차 업체의 견고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노사화합이 2009년 대규모 리콜로 치명타를 입은 도요타의 ‘제2의 창업’ 노력을 가능케 만들었다.
과도한 규제가 우리나라 기업을 옥죄고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부담이 95위로 OECD 국가 중 바닥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규제혁파가 순항하는 미국경제의 일등공신이다. 1000개 이상의 규제를 폐지하거나 수정 또는 중단시켰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제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성장을 위해 과격할 정도로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규제개혁→외국인 투자유치→성장촉진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기업인이 눈치보지 않고 기업가정신이 복원될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상의 기업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