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제공)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제공)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어떤 청원이든 서명 20만 명이 넘으면 답변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례적인 소통에 국민은 간절한 목소리를 키웠다. 그렇게 약 10개월이 지난 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수월하게 운영되고 있을까? 복합적인 심리가 뒤섞인 이곳에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바라는 이곳에서 여전히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 가야할 때다. -편집자주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제공)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합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멀찍이 떨어져 여론을 파악하기보다 그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도다. 그렇다면 국민은 정부가 만든 소통의 장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가장 많은 청원은? “사회적인 기본권 보장”청와대 국민청원의 카테고리는 정치개혁, 외교/통일 국방, 일자리, 농산어촌, 보건복지, 육아/교육, 안전/환경, 행정, 반려동물, 인권/성 평등, 문화/예술/체육/언론 등 17개가 있다. 그만큼 국민청원은 생활반경을 둘러싼 이슈부터 정치적인 문제까지 모두 다룬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33건이다. 답변은 현재 25호까지 이루어졌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동의를 얻은 청원 중 가장 많은 카테고리는 법률과 범죄 관련 청원(14건)이다. 그 뒤로는 문화, 체육, 언론 분야가 5건 그리고 정치와 경제, 행정 관련 청원 각각 3건이 뒤를 이었다.법률과 범죄 관련 청원에서는 성평등 제도 보완과 성범죄 처벌 관련 요구가 많았다. 높아지고 있는 젠더의식과 함께 최근 불거진 미투운동 여파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청원 답변 2호인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인 미프진 합법화’는 23만5372명의 동의를 얻었다. 또 답변된 청원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것도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61만5353명)이다.내용 유형별로 나누어 보면 보다 뚜렷한 민심이 나온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여론조사 업체 오피니언라이브,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국민청원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지난달 20일까지 등록된 청원 16만8554건 가운데 2만 명 이상 동의를 얻은 158건이다.그 결과, 법과 제도 개선(52.5%), 진상 규명(14.6%), 처벌(13.9%) 등 순으로 요구가 많았다. 특히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 ‘법과 제도 개선’에서는 복지와 노동 등 사회적인 기본권 보장에 대한 내용이 59%(49건)였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 개인의 일이 ‘공론화’된다는 건국민청원 빅테이터 분석 조사 결과가 갖는 유의미한 지점은 개인이 지닌 이슈의 공론화 혹은 공적인 의제로의 확대다. 최근 올라온 청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광주 집단폭행’은 경찰의 대응방식에 대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프로포폴 투약 이후 발생한 집단 패혈증 의심 환자’ ‘한예슬의 의료사고’ 등에 관한 이슈는 병원의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워마드에 올라온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사진 유출 및 모욕’ ‘조재현·김기덕 등 성추행 혐의 조사’ 등을 보면 성 관념부터 인권까지 다뤄진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곧 국가의 문제’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에게 발생한 일이라도 그것이 부당하고 불합리하다면 모두 뜻을 모아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세상을 바꾼다’는 ‘촛불정신’을 살린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내 청원이 답변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변화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지인의 어머니가 당한 의료사고에 관한 청원 소식을 전달 받고 ‘동의합니다’ 댓글을 단 김모씨(28·여)의 경우가 그렇다. 청원 동의를 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지인이 직접 겪은 일이라 돕고 싶은 마음에 댓글을 달았다”면서 “당장 이번 사건은 해결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중에 의료사고 보상법 개정이 실현될 때 개정되어야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런 현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떤 의견이든 국민들이 의견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청원이라도 장기적으로 법 제도를 개선할 때 참고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 점점 ‘핫’해지는 국민청원 게시판많은 이들이 모인 곳에는 자연스럽게 빠른 전파성과 주목도가 발생한다. 그러니 개인의 일이 공론화되는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런 요소들이 존재한다.여의도 성모병원 뇌건강센터 나해란 교수는 국민청원이 지니는 특수성으로 ‘높은 화제성으로부터 오는 주목도’를 꼽았다. 그는 “현재의 국민청원 게시판은 우리나라의 핫플레이스와도 같은 장소다. 많은 이들이 핫라인처럼 접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 이유에 대해 나 교수는 “내 개인 공간에 글을 올려도 사람들이 볼 수 있겠지만 국민청원처럼 유명한 곳에 올리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의 수가 적고 많고를 떠나 국민청원 게시판이 주목 받을 수 있는 의사표현의 무대임은 분명하다. 이는 당장 바뀔 걸 기대할 수 없거나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해도 변함없다. 집 앞에 청원 내용의 포스터를 붙여 놓는 것과 광화문에 나가 1인 시위를 했을 때 주목도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다시 한 번 국민청원 게시판이 지닌 화제성을 짚었다.

■ 국민청원 게시판의 역할은 어디까지?이에 따라 국민청원 게시판은 자연스럽게 기사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SNS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니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간절함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과격해지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청원이 올라오는 일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너무 사적인 일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청원으로 올리거나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근거 없이 요구만 하는 경우가 그렇다. 나 교수는 청원 게시판의 취지와 다소 어긋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 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여건은 흔하지 않다. 살면서 수많은 이들이나 언론, 정부 등이 개인의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주겠나. 그런데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데다가 누구에게나 열린 곳이다. 그런 무대에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공감을 확보하고 소통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청원 게시판에는 부적절한 글이 올라오긴 하지만, 그것은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이라는 것. 사람들은 누구나 주목받고자 한다. 또한 국민청원 게시판 자체가 자신의 간절함을 더욱 널리 퍼트리고 공감을 받아 문제 해결을 하기위한 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원에 올라오는 진심들을 얼마나 어떻게 받아들일지, 청원 게시판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봐야하는지는 세심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국민이 바꾸는 세상] ①국민청원이 ‘뜨거운 장’이 되기까지[국민이 바꾸는 세상] ②청와대 국민청원의 현주소 [국민이 바꾸는 세상] ③‘국민청원’ 둘러싼 공감의 이면[국민이 바꾸는 세상] ④청와대 국민청원, ‘내일’을 위한 오늘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