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장만을 위해 얼마 전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김모(38) 씨는 지난 주말 서울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견본주택을 갔다가 아주 찜찜한 말을 들었다. 견본주택 내부를 이리 저리 둘러보는데 옆에 서 있던 사람이 같이 일행에게 “(전용면적) 46㎡는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 귀에 들어왔다. 마침 46㎡에 관심이 있던 터라 김 씨는 유심히 훔쳐들었다.

“46㎡가 있는 곳은 임대동이야. 대부분 임대를 놓고 조금 남은 나머지를 분양하는 거야. 세입자들 사이에 섞여 사는 거라 집값이 오를 수가 없어”

분양책자를 보니 46㎡가 있는 107동은 49가구 중 23가구는 임대분이고, 5가구만이 분양분이었다. 함께 107동을 이루고 있는 59㎡ 역시 117가구 중 43가구가 임대였다. 임대분을 단지 한 쪽으로 몰아놓은 구조다. 이 아파트 사업을 벌이는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에 넘겨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되는 가구들이다.

46㎡는 김 씨가 당초 청약을 넣어보려고 했던 평형이었다. 물량은 극히 적지만 분양가가 싸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3.3㎡ 당 2870만원) 비강남권의 ‘로또 아파트’라고 불리지만, 평형별로 분양가가 극명하게 다르다. 46㎡는 3.3㎡ 당 2000만원대 초반이어서 4억~4억2000만원이면 살 수 있지만, 59㎡는 3000만원대 초반이어서 최고 7억5500만원이다. 향(向)과 동(棟)이 같은데도 13㎡에 3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업계에서는 건설사 쪽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평균 분양가를 낮추려고 내놓은 눈속임용 상품이 46㎡이기 때문에 진정한 로또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김 씨는 견본주택에서 들었던 말이 계속 귀에 멤돌아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난 아닌 줄 알았는데 말야. 내 안의 속물 근성을 확인한 것 같기도 하고…”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보다 일주일 앞서 분양한 강남의 ‘디에이치 자이’는 이런 소시민적 양심의 갈등을 겪을 여지가 없었다. 더욱 명확하게 임대동을 분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단지에서 임대 가구(역세권 장기전세주택)는 단지 입구에 위치한 106동에 몰려 있다. 지하철역에 바로 붙어있는 동이어서 얼핏 입지가 좋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한 공인중개사는 “서향이어서 볕이 잘 안 들고 영동대로변이어서 소음이나 먼지가 많기 때문에 가장 입지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임대만 따로 동떨어져 살도록 하는 식의 ‘왕따 설계’는 서울시의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소셜믹스는 임대가구와 분양가구가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티가 나지 않게 섞어놓는 정책이다. 건설사 측은 임대가구는 소형이어서 분양가구와 평형이 달라 설계 상 섞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임대가구를 배제하려는 심리는 부촌으로 갈수록 더욱 노골적이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아예 세입자들과는 더불어 살 지 않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강남의 핵심 부촌인 압구정, 그 중에서도 가장 입지가 좋다는 3구역은 최근 1대1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를 조합설립 추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재건축 이전과 같은 평형의 아파트를 짓는 1대1 재건축은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된다.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 혜택을 받는 대신 소형임대주택을 지어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데, 혜택도 받지 않고 기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급화ㆍ차별화된 단지’라는 수식어의 이면 속에는 차별과 배제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광진구의 워커힐아파트, 대치동의 미도아파트 등도 1대1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ㆍ보안을 높이기 위해 벽을 쌓은 주거지역)가 형성된 미국에서도 타인을 배제하려는 행위는 범죄로 취급받는다며 “어느 지역이나 모든 사람이 같이 살아야 한다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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