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1. 서울 이촌동에 사는 김영식(48) 씨는 여름 휴가를 2주 앞두고 급하게 스케줄을 바꿨다. 모처럼 처가의 대식구들과 함께 서해를 찾을 예정이었다. 처가에서도 처음엔 좋아했다. 그런데 연락이 왔다. 가면 해변가에서 놀고 또 배를 타야할텐데 아무래도 꺼려진다는 것이었다. 긴박하게 지방도시 호텔로 예약을 변경했다. 예약완료가 덜된 호텔을 찾느라 인터넷 서핑으로 땀을 흘린 일을 생각하면 결코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2. 용인에 사는 이미정(38) 씨는 가족들과 함께 C호수를 찾을 예정이었다. 친정엄마와 호수에서 배를 타던 즐거운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런데 중학교 다니는 딸이 반대했다. 이 씨 역시 행선지를 바꿨다. 지방 모텔로 숙박지를 변경했다. 그마저도 반대했다. 뭔가 불안하다는 게 딸의 이유였다.

#3. 수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추명숙(28) 씨는 예년엔 무조건 떠났지만, 올 여름 휴가 계획만큼은 책과 함께 세웠다. 주위에서 읽기 좋은 책들을 추천 받았다는 그는 “멀리 가기보다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보내고 싶다”고 했다. 추 씨는 회사 동료들 중에도 이른바 ‘방콕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올 여름 휴가 트랜드가 확 바뀌었다. 세월호 침몰이나 고양터미널 화재 등 대형참사가 그렇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안전사고가 이어지면서 올 여름휴가는 좀 더 안전하고, 좀 더 차분한 곳에서 조용히 보내겠다는 흐름이 감지된다.

이런 흐름은 데이터로도 입증됐다. 줌인터넷이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검색포털인 줌닷컴 검색창에 입력된 약 930만 건의 ‘휴가철’ 포함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안전 휴가’를 최우선시하는 트랜드가 확연했다.

이에 따르면 ‘휴가철’이라는 낱말이 포함된 검색어 순위에서 ‘휴가철 빈집털이 예방’이 2위, ‘휴가철 졸음운전’이 8위, ‘휴가철 안내문 아파트’가 9위를 차지하며 안전과 관련된 키워드가 상위권 곳곳에 포진했다.

‘여름휴가’가 포함된 검색어 순위에서도 ‘해외여행’은 9위에 머물러 관심을 덜 받은 반면 ‘계곡추천’ 등은 5위 안에 올라 가까운 곳에서 보내는 바캉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휴가 트랜드로 주목받은 것은 독서다. 독서가 휴가의 주요 키워드인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여름휴가와 독서를 연결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최소한 올해 바캉스에서만큼은 ‘독서의 재발견’인 셈이다.

1위에 오른 ‘휴가철’ 포함 검색어는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는 게 이를 대변한다. 이는 안전하고 정서적 만족도가 높은 ‘북(Book)캉스’를 추구하는 풍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줌인터넷은 설명했다.

김우승 줌인터넷 부설연구소장은 “올해는 각종 사고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탓에 여름휴가와 관련해서도 안전, 책, 국내 근교 여행 등 위험 회피적인 휴가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