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후속협의…오늘중 귀환 8~10일 미국행 트럼프 만날 듯
북한의 전향적 비핵화 의지표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는 6일 정의용 대북특사단 수석특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오는 8~10일 사이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북특별사절단과의 만남에서 비핵화 의사를 나타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비핵화 및 북미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오히려 “우리의 핵무력은 피로 얼룩진 미국의 극악한 핵 범죄 역사를 끝장내고 불구대천의 핵 악마를 행성에서 영영 쓸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검”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받지 않은 채 수석특사였던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방미길에 오를 경우, 북미대화는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 클럽 만찬에서 미국과 대화용의가 있다는 북측의 입장에 대해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비핵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후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측의 의사를 설명받고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조건을 직접 언급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북특사단과 김 위원장과의 전날 회동에서 비핵화에 대한 논의는 적극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협의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폭넓은 남북교류를 위한 실무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만 다뤘다. 노동신문은 이날 ‘미제의 반인륜적인 핵 범죄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는 제목의 정세논설에서 “현실은 우리 국가가 미국의 가증되는 핵 위협에 대처하여 병진 노선의 기치를 높이 들고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온 것이 얼마나 정정당당하였는가를 웅변으로 실증해 주고 있다”며 핵보유 의지를 피력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은 지금 미국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거의 올인하고 있다”며 “북미대화를 그리 원하면 우리가 노력해서 미국을 설득해 여건ㆍ명분을 만들어보라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북미대화가 불발될 경우 남북관계 개선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서한을 전달했을 당시에도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을)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서한을 통해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제안했다. 미국 정부는 남북대화가 재개된 이후 “한미 양국은 남북관계의 진전이 비핵화와 함께 진전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대북압박 캠페인을 통해 함께 협력하고 있다”며 남북대화로 인한 우리 정부의 제재기조 완화를 경계해왔다.
당장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특사단의 방북성과에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의 행보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측은 방북 성과에 따라 한미훈련 규모를 조정하거나 보도자료의 톤을 유화하는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방부 로버트 매닝 대변인은 대북특사의 방북 등 남북 대화에 대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분명히 그 대화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방어를 위한 군사 작전들을 확실히 유지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한미 동맹 안에서 한국 측 인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방북성과가 마땅치 않을 경우, 트럼프 정부는 한미훈련의 규모를 예년수준으로 유지하고 전개할 수 있다. 이 경우 오랜만에 재개된 남북대화도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전날 “현 북남 대화와 화해 국면이 계속 이어지는가 아니면 대결과 긴장 격화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미)합동 군사 연습 재개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재연 기자/mu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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