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민항기 사고 살펴보니

민간 항공기에 대한 격추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과거 미소 냉전 시절 상호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민항기에 대한 공격이 수 차례 있었고, 최근에는 국가간 국경 분쟁 와중에 민항기가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1978년 4월 20일 프랑스 파리를 출발 김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902편은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만 해도 소련이나 중국 상공을 피해 동남아로 돌아가거나, 미국 앵커리지를 경유해 가곤 했다. 그러나 이 비행기의 항법장치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옛 소련 상공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날개를 맞은 대한항공 항공기는 러시아 서북부 무르만스크주의 한 얼어붙은 호수에 불시착했다. 이 사건으로 탑승객 109명 중 2명이 사망했다.

1983년 9월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사할린 부근 상공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됐다. 항공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소련은 민간 여객기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고의적인 공격이였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이 사건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의 신 냉전이라는 국제적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그리고 이듬 해 영공을 침범하였다 하더라도 민간 항공기를 격추하지 못하도록 하는 민간 항공 협정 개정이 이뤄졌다.

1988년에는 중동에서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날아가던 이란항공 655편을 향해 미국 해군 함정 빈센스호가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290명이 전원 사망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유가족에게 6180만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급하고 격추된 에어버스 A-300기에 대한 배상금 4000만 달러를 이란 정부에 지불했다.

이 밖에 2001년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로 향하던 러시아 TU-154 여객기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에 맞아 탑승자 78명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번에 격추된 말레이시아 항공기와 비슷하게,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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