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증축에도 관리감독 소홀…정부, 중소병원 화재 사각지대 방치 환자 결박 구조 골든타임 놓쳐…병원측 안전관리 교육 훈련 미흡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이번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도 예외없이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였다. 병원이 불법증축을 일삼았지만 관리감독하는 밀양시는 시정명령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병원은 평소 화재에 대비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비상발전기마저 가동되지 않았다. 환자 결박 때문에 구조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자가 늘었다.

29일 현재 사망 39명, 부상 151명으로 총 사상자는 190명에 달한다. 정부도 중소병원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를 규제하지않아 화를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에 불거진 총체적인 난맥상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제2의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세종병원측이 무분별하게 불법증축을 일삼고 이를 방조한 밀양시 당국이 참사를 키운 요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대피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1층 응급실 안에 있는 탕비실에서 전기적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이 난 세종병원 내 불법증축 규모가 총 12건 284.53㎡에 이른다. 불법 증축된 면적은 전체 면적의 10%에 이른다. 시는 병원 안 불법 증축 사실을 인지하고 2011년부터 6년간 시정명령과 함께 총 30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병원은 시청의 고발은 물론 시정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배짱영업을 계속해 왔다. 불법건축물이 해마다 계속 늘어났지만, 시는 시정명령만 내리는 등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 경찰은 추가로 불법 증축된 부분에 대해 병원과 시 관계자를 조사한 후 입건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후 상황을 보면 병원 측이 평소 화재 안전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화재 현장에서 2층 입원 환자 6명이 1층 엘리베이터에 갇혀 숨진 채 발견된 점을 들 수 있다. 거동 불편자인 이들은 화재를 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오히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발생시 엘리베이터는 연기로 인한 질식 우려가 커 탑승을 절대 금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환자들이 대피 요령을 사전에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기 안전교육이나 훈련이 실시됐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라 세종병원이 사실상 자체 소방점검을 했고, 일부 점검에서 누전 위험성이 수 차례 감지됐는데도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화재 당시 환자 10여명이 병상에 손이 결박돼 있어 그걸 푸는데 30초에서 1분 가량 더 걸렸다는 지적도 뼈아픈 대목이다.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 30초면 수십명의 목숨이 왔다갔다할 수도 있는 엄청난 시간이다. 그것 때문에 초기 구조 가능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사상자가 더 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양병원·정신병원 이외의 병원은 법적 신체제한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에서 낙상, 환자 안전 을 고려해 환자에게 신체보호대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면서 “다만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서의 신체보호대 사용과 관련한 법적인 규정이 없어서 현장에서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일반병원에 대해서도 규정을 만들어야 할 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병원에 스프링클러만 설치돼 있었더라면 대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2015년 장성요양병원 사건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강화하면서 세종병원과 같은 중소병원은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병원의 경우 다른 대형시설과 달리 거동이 불편한 입원환자가 많고 불에 약한 화학약품, 이불 등 면 제품이 많아 작은 화재로도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병원의 특수성을 감안한 소방기준과 정부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력 대피가 어려운 병원의 경우 ‘법적 의무’와 관계없이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소화시설, 불이 더는 확산하지 않도록 돕는 방화문과 같은 방화구역 설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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