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신민우(26) 씨는 최근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상담원 A 입니다”라고 시작한 전화 내용은 흔히 걸려오는 유선 인터넷 광고와 다를 바 없었지만, 전화를 건 텔레마케터가 조금 이상했다. “지금은 좀 바쁘니 나중에 전화를 달라”는 요청에도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했던 것. 실제 전화를 건 사람은 텔레마케터가 아니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음성은 자동응답으로 설정된 기계음이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상품을 광고하는 ‘텔레폰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이스웨어를 사용해 딱딱하고 기계적인 음성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텔레마케터가 전화를 거는 것 같은 효과를 보이는 텔레폰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특정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한다는 사실은 변함 없지만, 고객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텔레마케팅’처럼 속여 전화를 받자마자 끝는 상황을 줄이려는 의도다.

대학생 박상훈(22) 씨는 “광고 전화가 오면 매번 거절할 타이밍을 엿본다”며 “최근에도 전화를 끊을 눈치를 보며 일단 듣고 있었는데 실제 사람이 아닌 녹음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헛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신종 텔레폰 마케팅은 비용을 줄이면서도 효용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분석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텔레마케팅은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위해 고객의 데이터베이스(DB)가 필요하고, 콜센터 직원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 불특정 다수 보다는 구매가능성이 높은 고객계층을 위주로 마케팅이 이뤄진다”며 “주로 단가가 높은 핸드폰 광고가 많다”고 설명햇다. 반면 녹음을 해서 라디오 광고나 신문 광고처럼 표준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텔레폰 마케팅은 일종의 매스마케팅으로, 단가가 낮은 유선인터넷 광고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임 교수는 “기계음을 사용하는 게 단가가 더 낮지만 사람들이 부담없이 전화를 끊게 되기 때문에 효율도 떨어진다”며 “업체들이 차선책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방식을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금융사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 이후 고객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워졌다고 들었다”며 “고객의 세부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울 땐 기계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