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장이 가로막고 늘 잠겨 있던 비상구, 있으나마나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29명의 귀한 목숨을 앗아간 지난 21일 충북 제천 화제에서 유독 여성 피해자가 많았던 것은 숨겨진 비상구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유력히 제기된다.

화제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3층의 남탕에서는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반면 2층의 여탕에서는 20명의 여성들이 정문 앞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결정적 차이가 바로 2층 비상구가 가려지고 잠겨진 때문으로 소방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화제가 발생하면 비상구가 사실상 유력한 생존통로가 된다. 연기와 불길, 정전 등으로 시야 확보가 거의 안 되는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비상구 표식의 파란 불빛을 좇게 된다. 차분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꽁꽁 숨겨진 비상구는 곧 좌절을 의미한다.

2층 사우나 여탕의 현장은 화재 당시 비상구가 안에서 잠긴 채 문 손잡이가 2m 높이의 거대한 목욕용품 수납장에 가려 있었다. 숨진 희생자들은 비상구가 있는지 몰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20명의 시신은 대부분 여탕 정문 쪽에서 발견됐다. 22일 매스컴의 현장 확인 결과 수납장 사이는 50cm에 불과해 사람 1명이 지나기도 불편했다.

그마저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다며 늘 잠겨 있었다. 한 사우나 관계자는 “평소 사장이 ‘2층 비상구를 잠그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화염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음에도 2층 내부는 대부분 상태가 양호했다. 불길이 타고 올라간 사우나 쪽 유리창은 깨졌다. 하지만 탈의실과 휴게실 등 사우나 외부는 바닥과 가구에 그을음만 있었다. 만약 비상구만 통하면 비상계단으로 불과 8초면 1층으로 탈출할 수 있다고 당국은 설명한다.

하지만 11명의 시신은 중앙 계단으로 향하는 사우나 정문 근처에 몰려 있었다. 나머지 9명은 탈의실 주변에 쓰러져 있었다. 이러한 정황은 피해자들이 아비규환 속에서 비상구의 위치를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탕이 있는 3층에서는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2층과 같은 위치에 있는 비상구를 통해 대부분 탈출했다. 남탕 비상구는 시야가 확보돼 한눈에 보였고, 남탕에 있던 남성들도 사건 현장에서 대부분 비상구를 통해 비상계단으로 내려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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