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ㆍ현대차ㆍ롯데 울고, SKㆍLG 웃고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2017년 한 해를 마감하는 재계의 올해 화두는 안타깝게도 ‘정치권력’이었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른 격동의 정치 환경이 경제계를 집어삼킨 한해로 기록됐다. 10여년 전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선언은 적어도 올해만큼은 거꾸로였다. 그만큼 재계엔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삼성ㆍ현대차ㆍ롯데 ‘고난의 한 해’=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지속되는 와중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까지 겹치면서 시련의 한 해를 보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을 맞아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그룹 내부적으로는 ‘사령탑 부재’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총수 구속은 삼성그룹 창립 이래 7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되며 총수 부재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 약속이 지켜졌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컨트롤 타워 부재의 그늘은 짙었다.
미래 먹거리 발굴 역시 답보상태다. 지난해 11월 9조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대규모 투자 계획은 1년째 공백 상태다. 삼성그룹이 11월이 되서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올해 10월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총수 부재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단이었다. 그룹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60대 최고경영자(CEO)를 퇴진시키고 50대 젊은 피를 각 사업부문 새 수장에 임명하는 수혈을 단행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 정부의 ‘재벌 개혁’ 정책의 타깃이 됐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부진을 겪고, 통상임금 폭탄까지 맞았다. 현대차는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등 새 정부 재벌 개혁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안고 있다.
지난 8월 말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법원이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고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급여 소급분과 소송 비용 등 9777억원을 올해 3분기(7~9월) 회계장부에 일괄 비용으로 반영했다. 그 결과 기아차는 3분기에 4000억원이 넘는 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에게도 올해는 쉽지 않은 한해였다. 신동빈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았고, 롯데마트는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되면서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해야 했다. 사드 배치 부지를 롯데측이 정부에 제공했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총수 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 회장은 22일로 예정된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롯데마트는 집요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매장의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중국 매장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 호실적 SKㆍLG ‘순항’= SK그룹은 세계적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지분 인수와 최태원 회장의 ‘공유 인프라’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가 올해 눈에 띈 이슈였다. 도시바 메모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인수에 성공했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온 최태원 회장은 올 한해 ‘공유 인프라’란 화두로 주목받았다. 새 정부가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이 제시한 공유 인프라란 유ㆍ무형의 기업 자산을 협력업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회적기업 등과 나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띄는 한해였다. LG전자ㆍ화학ㆍ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가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 12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3분기까지 LG전자는 2조1017억원, LG화학은 2조3135억원, LG디스플레이는 2조4171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 1조3378억원, 1조9919억원, 1조3114억원을 웃도는 성적이다.
LG는 현 정부와의 호응도도 높이고 있다. 지난 11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하던 LG상사 지분을 지주회사인 ㈜LG가 매입해 이 회사를 지주회사 체제 안으로 편입시켰다. 지주사 체제를 강화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요청에 선제적으로 화답한 것이다.
LG는 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대기업 중 첫 방문 기업으로 지목해 찾아간 자리에서 “협력업체 상생에서 모범이 되는 기업”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