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연합 74개 PB 조사 PB 29개는 일반브랜드보다 비싸 마진율 평균 39%, 유통업체 차지 제조업체는 매출 최대 10억 감소 납품단가 인하 요구 받기도 일쑤 #. 대기업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제품을 주로 판매하던 영세 제조업체 A사는 지난 2012년부터 한 유통업체의 제의로 자체상품(PB)을 도맡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업체는 PB상품 판매로 큰 애를 먹고 있다. 생산을 맡겼던 유통업체가 상품 단가를 내려줄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PB상품 판매를 시작하던 시점과는 다르게 현재 A사의 상품 판매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A사 관계자는 “단가를 내려주면 당연히 매출이 줄어드는데, 유통업체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처음부터 PB상품을 안만들었으면 이런일이 없었겠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수많은 PB가 유통업계에서 빅 히트를 치고 있는 현재, 유통가의 PB와 얽힌 민낯은 처량하기만 하다. 유통업체들이 판매하는 PB 상품의 매출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지만, 여기에 따른 이득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PB상품 가격은 일반 NB상품과 비교했을 때 크게 저렴하지 않았고, PB판매를 통한 유통업체들의 마진은 영세제조업체와 공유되고 있지 않았다. PB상품의 판매 확대는 유통업체들만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74개 PB상품을 조사한 결과에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PB상품 중 29개는 되레 NB상품의 가격이 PB보다 낮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 상당수가 ‘저렴하기 때문에’ PB상품을 구입하는 상황속에서 이는 기존의 평가를 뒤집는 조사결과다. 특히 냉동식품 시장에서는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만두류 제품들은 NB상품이 더욱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PB상품 판매로 인해 누리는 이익이 떨어지는 경우다.
이에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PB상품이라고 모두 저렴하다고 구매하는 자세는 좋지 않다”면서 “가격은 꼼꼼하게 확인해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들의 경우 PB상품 판매로 인한 이윤 감소가 더욱 컷다. PB상품을 통한 마진율은 유통업계 평균 약 3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같은 수익률 상당수는 유통업체가 가져갔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PB상품의 매출이 1% 증가할 경우 유통업체의 점포당 매출액은 평균 2230만~2850만원에 달했다. 점포당 유통이익도 270만~900만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의 이익은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PB상품을 생산한 업체들은 평균매출이 4000만~10억9000만원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PB납품업체 309곳 중 30곳(9.7%)는 PB상품의 판매를 통한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중 상당수(20개 업체)는 납품단가의 인하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형마트 업계의 PB 매출 비중은 약 25% 수준, 편의점 3사의 PB매출은 35%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PB상품의 판매가 증가할수록 이들 유통업계의 이익은 증가하는 반면 제조업체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피코크와 유어스, 온리프라이스 등 유통업체들이 판매하고 있는 주력 PB상품들은 시장에서 지배력도 성장한 상황이라, 일선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상품 제휴 제의가 왔을 때 쉽게 거절하기 힘들다.
이에 최재섭 남서울대학교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유통업체들의 PB가) 경제적 지배력이 커지게 되면 앞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산업전반을 전방위적으로 영유할 경우, 산업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편익을 유통업체가 독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우 기자/zz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