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램가격 고공행진 지속 전망 중국 변수도 큰 영향 없을듯 도이체방크 등 일부 정점론 제기 ‘포스트 반도체’ 미래전략 구상도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기반인 반도체 산업이 내년에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반도체 회사가 내년에는 6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 50조원 보다도 20% 가량이나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비탄력적인 공급 증가에 비해 수요처가 빠르게 늘고 있어 당분간 디램 가격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최근 모건스탠리가 제기한 이른바 반도체 고점론은 일단 내년까지는 기우일 것으로 판명되는 분위기다.
다만 관건은 내후년이다. 올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반도체 장비매출이 바로미터다. 장비매출은 대표적인 공급 증가 요인이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장비 매출은 지난 2000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삼성ㆍSK 반도체 호황 내년에도…반도체 이후 새 먹거리 발굴 병행=증권사들이 추정하는 반도체산업의 2018년 매출 규모는 삼성전자(반도체 부문)는 279조6880억원, SK하이닉스는 39조76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44조150억원, SK하이닉스 19조525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디램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이고, SK하이닉스는 3위다. 삼성전자의 디램 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 3분기 63%를 넘어섰고,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59.2%를 기록했다.
한국 반도체 두 회사의 실적을 견인하는 두 축은 낸드와 디램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가 고용량화되면서 가격이 높아졌다. 실제 애플은 그간 출시해왔던 16GB 및 32GB 용량의 아이폰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128GB, 256GB 모델이 주력으로 부상했다. 디램의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하며 서버용 고사양 디램 시장이 급성장했고, 이는 반도체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인텔이 신규 서버용 CPU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서버용 CPU에는 기존 대비 1.5배의 디램이 필요하다.
메모리반도체를 평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벌써부터 내후년 이후 구상에 돌입했다. 이른바 포스트 반도체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사흘동안 실시한다. 현재의 ’슈퍼사이클’ 이후에도 지속적인 호실적을 위해서는 ‘포스트 반도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논의가 주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부문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반도체)이다. 시스템 반도체에는 PC에 사용되는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스마트폰용 CPU(AP) 등이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인 시스템 반도체부문은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영역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도시바 부문과의 합병 시너지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한미일 연합의 한 축으로 도시바 인수 주체가 된다. 이럴 경우 취약점으로 평가받는 낸드 부문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시장점유율은 세계 5위로, 디램(3위) 대비 낮은 상황이다.
▶내년까진 좋다, 내후년 이후 디램價 우려감=반도체 초호황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유효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내후년 이후다. 이미 D램가 ‘정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 반도체시장을 우려스런 시선으로 바라본 곳은 도이체방크다. 도이체방크의 로스 세이모어 연구원은 지난 11일자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투자자들은 올해처럼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시장에 장기적인 희망(secular hopes)과 순환적 두려움(cyclical fears)이 대립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1월 27일에는 모건스탠리가 43쪽 짜리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시장이 곧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의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꾸고 목표 주가를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떨어뜨렸다.
반도체시장 업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에는 디램 가격이 조만간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 자리한다. 증권가에선 내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다만 언젠가는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래서 반도체 공급 증가에 선행하는 지표인 반도체장비 시장에 시선이 쏠린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SEMI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은 559억 달러로, 2000년 달성한 최고치 477억 달러보다 3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은 이보다 7.5% 높아진 601억 달러로 예상된다. 장비 매출 증가는 반도체 공급 증가 요인이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란 분석의 배경이 된다.
중국 변수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황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200조원의 자금을 들여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지만, 반도체 완제품이 나오는 시점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께로 전망된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