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이 색·풍미 좌우…연수 높을수록 가치↑ 저도주도 99%이상 위스키원액 사용 숙성중요 일반 위스키의 도수 40도 보다 낮은 저도주 제품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전체 위스키 시장에서 저도주의 비중은 43%에 달하며, 지난 10월에만 3종의 저도주가 출시됐다.
하지만 저도주 시장의 90% 이상은 무연산 제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저도주 시장의 연산 미표기 제품의 비중은 정확히 92%나 된다. 주류업계에서는 그동안 저도주 시장에 연산 표기제품이 적었던 이유에 대해 소비자의 니즈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에 이어 질적인 성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위스키에서 ‘연산’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까.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위스키가 세상에 나올 무렵, 어쩌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오. 그러나 그건 내가 만든 위스키지요. 정말이지 멋진 일이지 않소.”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에 나온 표현이다. 그의 표현대로 위스키가 다른 증류주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숙성’이다.
18세기초 위스키 제조자들은 우연히 숙성을 통해 투명한 액체가 황금빛으로 변하고, 알코올의 거친 맛이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오크통에서 나오는 각종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풍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 이후 위스키는 전세계 최고의 증류주로 거듭나게 된다. 이처럼 위스키에서 숙성은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고 다른 술에 비해 위스키를 돋보이게 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흔히들 위스키를 ‘시간이 만든 예술’이라고 칭한다. 위스키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증류소에서 최소 만 단위의 시간으로 원액을 숙성해야 한다. 오크통 속의 위스키 원액은 1년에 평균 전체 용량의 약 2~3%가 자연 증발된다. 이것이 바로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다. 자연히 숙성 연수가 높은 위스키의 원액은 희소 가치가 높고 비싸다.
위스키를 숙성한 기간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인 ‘연산’은 사실 몇 년도에 만들어졌는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크통에서 숙성된 기간’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위스키 전문가들은 위스키의 ‘연산’이라는 표현을 명확히 구별하기 위해서 ‘숙성기간’으로 표현하고, 숙성기간 표기와 미표기 제품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또 연산 표시는 최종적으로 한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된 위스키 중 가장 낮은 연산을 표기하는 게 기준이다. 즉 ‘12년산’이라고 표시된 제품은 포함된 원액이 최소 12년 이상임을 나타낸다. 저도주도 최소 99% 이상의 위스키 원액을 사용한 제품이기 때문에, 숙성 기간이 갖는 가치는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최근 디아지오코리아가 12년 숙성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한 35도 저도주 ‘더블유 시그니처 12’<사진>를 출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선민 디아지오코리아 마케팅 상무는 “과거 소비자들이 위스키를 즐기는 가장 큰 목적이 비즈니스였다면, 지금은 함께 술을 즐기는 사람과의 관계나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를 중요시한다”며 “소비자 트렌드가 술의 출처와 연산 등 더 많은 정보를 통해 적극적으로 선택하려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저도주 위스키 시장의 돌풍 속에서 ‘연산’이 가지는 가치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 끄는 강력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연주 기자/
yeonjoo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