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죄’ 증거 확보 관심 농협지주ㆍ수은도 수사 대상 KB 노조가 CEO 경찰에 고소 인사갈등→비리폭로 이어질수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7일 최근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난 우리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채용비리 의혹은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명백한서류조작이 없었다면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해석이 많았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기소를 위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북부지검 소속 수사관 10여명은 이날 9시께 서울 퇴계로 우리은행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인사부와 은행장실이 주 대상이다. 인사카드 등 인사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가져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나 금융감독원, 우수 고객의 자녀 등에게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특혜 대상으로 지목된 인원은 총 16명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자체조사를 통해 “당락이 바뀔 정도의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관련 임원 3명을 직위해제했다. 이 문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이광구 행장이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지주 회장  [연합뉴스]
이광구 우리은행장(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지주 회장 [연합뉴스]

우리은행의 자체조사 결과를 받은 금감원은 이후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이날 압수수색으로 수사의 포문을 연 검찰은 채용비리 의혹의 규모와 방식, 어느 선까지 연루되어 있는지 등을 상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검찰은 이미 금감원으로부터 조사 관련 서류를 받았다. 디지털포렌식센터를 거쳐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하게 되면 관련 의혹을 파헤칠 자료는 상당부분 수집할 수도 있다.

채용비리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청탁과 압력이 있었다고 해도 공정한 심사절차가 거쳐서 ‘뽑힐만한 합격자’가 뽑혔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수사선상에 오른 금융업체는 6곳으로 늘었다. 우리은행과 농협금융지주는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고, 수출입은행도 채용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수출입은행의 한 간부로부터 아들의 금감원 채용 청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지주 회장  [연합뉴스]
이광구 우리은행장(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지주 회장 [연합뉴스]

KB금융그룹도 노동조합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대한 온라인 찬반 조사 과정에서 사측이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며 지난 9월 윤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윤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사측이 찬성표에 중복 투표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국민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노조 업무를 담당하는 HR본부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사들이 줄줄이 검경의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도 향후 ‘걸리는’ 금융사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 동안 업황이 좋다보니 은행들이 경영진과 노조와의 입장차나 내부 갈등을 심각하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노조와의 갈등을 겪거나 그 과정에서 비위 의혹 등이 불거진 곳들이 더 있어서 은행들에 대한 수사가 더 진행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전했다.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