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90년대 인기가수 터보의 전 멤버 김정남은 20여년 만에 MBC ‘무한도전’으로 돌아왔다. 가수 김종국과 함께 새 앨범 작업도 하고 방송 복귀를 준비했다. 이때 터보와 계약기간이 끝난 지 오래인 전 소속사가 ‘터보 베스트 앨범’을 내놨다. 김종국은 “(베스트 앨범은)저는 물론 정남이형, 마이키(터보 전 멤버) 어느 누구와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터보라는 이름이 새롭게 조명되고 사랑받게 되면서 이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팬들이 피해를 입게 될까 안타깝습니다”고 했다.
작곡가, 작사가는 물론 가수, 실연자(실제 연주자)와 동의 없이 전 제작사 등이 앨범을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저작권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 발매되는 음악의 90% 이상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신탁됐다. 보통 작곡가, 작사가 등이 저작권을 갖는다. 제작사 등은 저작인접권(저작권과 유사한 권리, 저작물을 대중이 즐길 수 있게 하는 자에게 부여되는 권리)을 갖고 있다.
저작인접권자는 저작자의 동의 없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일정 금액만 내면 새로운 앨범을 찍어낼 수 있다. 과거 하드카피(테이프, CD) 위주의 음반 시장에서는 새로운 앨범을 찍어내는 횟수에 물리적인 제한이 발생했다. 그러나 음원 유통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근래에 들어서는 앨범 발매가 훨씬 손쉽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이루마는 최근 법정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이루마가 신보를 발표하는 시점에 맞춰 전 소속사가 기존에 발표했던 음악을 모아 ‘이루마 태교음악’, ‘이루마 공부음악’ 등으로 선수쳐 발매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루마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사용한 제작사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으나 1심 패소했다. 법원은 “제작사가 음반을 발매하는 행위가 저작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루마 측은 “저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태교 음악’, ‘공부 음악’으로 이름 붙여 발매하는 것이 계속 허용된다면 ‘고속도로 메들리’ 등과 같은 이름으로 앨범이 나오는 것까지 가능하다. 저작자의 동의 없이 짜깁기식 음반을 새로이 제작 배포하는 것은 소위 ‘길보드 차트’라고 불리웠던 불법 믹스테이프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법원의 판단이 음악 저작권의 문제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모 법대 교수의 표현이 가장 창의적으로 저작권 문제를 설명했다”며 “음악 저작권은 3층 구조로 돼 있다. 1층에 작사ㆍ작곡가가 살고 있고, 2층에는 실제 연주자가, 3층에는 제작사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작사ㆍ작곡에 대한 저작권료를 냈다고 해서 제작사가 1, 2층 사는 작사 작곡가, 실연자의 동의 없이 마구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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