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70% 선까지 위협받고 있지만 투기성 짙은 갭투자가 완전 차단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굳이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현금 부자들에게는 오히려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 이른바 ‘갭’이 줄어든 것을 이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갭에 해당하는 만큼의 투자금만 있으면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더해 주택을 사들이고, 훗날 집값이 올랐을 때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둔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 시장 상황은 이러한 전제조건이 무너져 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올해 내내 하락해 지난달 70.9%로 근 2년래 최저치를 찍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달 0.45%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대출 규제로 투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해 강도높은 규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내년 4월 도입되는 양도세 중과 등을 감안하면 갭투자의 수익률은 더욱 떨어진다”며 “설혹 수익이 나더라도 대출 규제로 수요가 위축된 상태여서 매도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의 해석도 만만치 않다. 전세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가령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2단지푸르지오 84㎡는 지난달 4억8000만~9000만원 수준에서 매매됐는데, 전세가는 4억1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85%에 이른다. 인근 단지 전세가율도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향후 주택 가격 하락을 전망한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매입하지 않고 전세에 머물기를 선택하면 전세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 매매가가 정체 혹은 하락하고, 전세가가 오르면 갭이 좁아진다.
성북구의 K공인중개사는 “주택매입자금 대출은 규제가 강한 데 비해, 주택전세자금 대출은 규제가 전혀 없다”며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집주인에게 보증금으로 주고, 집주인은 이를 받아 집을 사는 식의 갭투자 구조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전세가율 하락이 오히려 갭투자의 인기를 방증해준다는 분석도 있다. 갭투자 물건이 시중에 전세 공급을 늘려 전세시장 안정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8852건으로 전체 임차거래(1만2328건)의 71.7%에 달한다.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더라도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 자산가가 그 효과를 대부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투자를 하더라도 과거처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방식은 힘들고, 시장이 다시 풀리는 시점을 기다려야 한다”며 “대출 없이도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장기전을 버틸 수 있는 자산가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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