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45㎜ 넓히니…“옆사람에 피해안줘도 될 듯” -좌석 7개서 6개로 줄여…선반 없앤 건 불편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좁은 좌석에 부대끼며 타지 않아도 되니까 더 편해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조차량 좌석이 과거 규격에 비해 넓어지면서 좁은 좌석으로 비롯한 승객 간 마찰도 줄어들고 있다.

26일 오전 출근시간 지하철 2호선. 더 넓은 좌석으로 제작된 신조차량에 탑승한 승객들은 ‘옆사람과 불편할 일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변화는 지하철 민폐로 꼽히던 ‘쩍벌남’과 ‘다꼬녀’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435㎜ 넓이로 제작됐던 7개의 좌석은 480㎜ 넓이로 6명이 앉도록 바뀌어 한사람당 좌석공간이 45㎜ 넓어졌다.

이날 오전 8시 새 전동차에서 만난 직장인 유민정(29) 씨는 “좌석이 좁은 열차에 탔을 땐 옆사람하고 어깨나 허벅지를 부대껴 불편했는데, 두꺼운 외투를 입고도 눈치보지 않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호기(54) 씨는 “다리를 편하게 하고 앉아도 옆사람에 피해를 덜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책이나 신문을 펼쳐놓고 읽어도 민폐가 덜 되겠다”고 말했다.

480㎝에 6명이 앉도록 바뀐 지하철 2호선 신조차량.  [제공=서울교통공사]
480㎝에 6명이 앉도록 바뀐 지하철 2호선 신조차량. [제공=서울교통공사]

▶‘쩍벌남ㆍ다꼬녀’…몸집 커도 눈치 덜보여=비좁은 지하철 좌석은 그동안 승객 간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인이었다. 지난 30여년간 한국인 체형이 서구화하면서 435㎜ 규격의 좌석으로 7명이 앉던 과거 규격은 대다수 승객들에게 비좁아진지 오래다.

때문에 지난 2000년대 중반에는 대중교통 등에서 다리를 심하게 벌리고 앉는 남성을 뜻하는 ‘쩍벌남’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좌석 공간을 많이 차지하거나 불쾌한 신체 접촉을 유발하는 경우가 잦아 대표적인 지하철 민폐로 꼽혀왔다. 쩍벌남보다는 생소하지만 다리를 꼬고 앉아 신발 등으로 주변에 불쾌감을 주는 여성을 일컫는 ‘다꼬녀’란 신조어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마찰은 2000년대 이후 한국인의 에티켓 수준이 낮아진 결과라기보다는 체형 변화로 인한 필연적인 갈등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7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를 보면 1979년 이후 한국 남녀는 몸집이 전반적으로 커졌다.

해당 조사에서 30대 이상 남성의 절반가량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의 비만으로 나타나 살찐 체형으로 변화했음이 확인됐고, 이후 20대 이상 전 연령대에서 다리가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다리 길이에는 약간 줄거나 큰 변화가 없었다.

26일 아침 8시 2호선 신조차량 좌석에 앉은 남성 승객들의 모습. 건장한 남성들끼리 앉아도 비좁지 않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26일 아침 8시 2호선 신조차량 좌석에 앉은 남성 승객들의 모습. 건장한 남성들끼리 앉아도 비좁지 않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26일 아침 8시 2호선 신조차량 안. 쩍벌남ㆍ다꼬녀 등 옆자리 승객에 불편을 주는 승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26일 아침 8시 2호선 신조차량 안. 쩍벌남ㆍ다꼬녀 등 옆자리 승객에 불편을 주는 승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7개의 좁은 좌석 vs 6개의 넓은 좌석’은 딜레마=지하철 2호선 신조차량 외에도 넓은 좌석 열차를 운행하는 구간은 또 있지만 좌석 수와 규격에는 차이가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2호선 신조차량 외에도 5호선 연장선인 하남선 복선전철과 7호선 10개 연장구간(온수~부평구청)에도 넓은 좌석 차량을 운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5ㆍ7호선의 경우는 7명 좌석 수를 유지해 2호선에 비해 비좁다.

이같은 차이는 서울교통공사 출범 전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맡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좌석 수’를 두고 다른 결정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지난 좌석 수를 하나 줄여 인당 좌석 공간을 대폭 넓힌 2호선과 달리 5ㆍ7호선은 좌석 수를 보존하고 공간 확대폭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한국인의 체격변화로 좌석이 비좁아지는 등 승객 간 갈등을 유발했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좌석을 넓히고 있다. 다만, 기존 열차 좌석을 교체하는 등의 문제는 예산과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문제다. 추후 새로 도입하는 차량에는 넓은 좌석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