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개관 2주년 기념 ‘줄리언 오피’개인전 -회화ㆍ3D 프린팅 초상ㆍ태피스트리ㆍ영상ㆍ설치 등 70여점
“-한국사람들은 스타일리쉬…수원은 덜 세련됐지만 활기찬 도시”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한국사람들은 얼마나 스타일리쉬 한지 모르겠어요. 헤어스타일도 완벽하죠”
2011년 서울스퀘어 파사드에서 선보인 ‘걷는 사람들’로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줄리언 오피(59)가 느낀 한국인의 인상은 이와 같았다. 작가는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의 사진작가들에게 거리사진을 찍어달라고 의뢰, 400~500장의 사진을 받았는데 사진 속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그토록 ‘멋쟁이’였다고 했다. “촬영장소가 쇼핑가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90%이상의 사람들이 어리고 멋졌어요”
줄리언 오피 개인전이 열린다. 경기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영국의 대표적 현대미술 작가 줄리언 오피(59)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지난 2009년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한국관객에게 선보인 이래 크고 작은 개인전과 기획전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기회는 있었지만 국ㆍ공립미술관에서 소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일환으로 기획됐다.
전시에 앞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줄리언 오피는 “수원은 서울에 비해선 조금 덜 세련됐지만 활기찬 곳”이라며 “뒷골목의 숨겨진 맛집, 화성 행궁에서의 퍼레이드 등을 보며 다양한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 작품인 ‘워킹 피플’ 시리즈를 비롯 3D프린팅 초상, 태피스트리, 영상, 설치 등 70여점이 나왔다. 작가 자신도 “제 작품을 이렇게 한 곳에 놓고 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작품을 망라했다. 바쁜 도시인의 생활상을 그리던 것에서 더 나아가 특정 인물, 양이나 새 같은 생물, 자연 풍경 등으로 대상도 확장됐다. 말 그대로 종횡무진, 다양한 매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나에게 작품의 주제란, 작품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다. 소재도 주제만큼 중요하다”며 다양한 매체를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작품의 이미지, 혹은 주제와 상관없이 어떤 소재를 사용했느냐 하는 것 만으로도 관객에게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며 “금, 대리석, 플라스틱, 라이트박스 등 특정 소재와 만나면 관객들은 비싼 것, 귀한 것, 싸구려 혹은 기술집약적인 것 등등 즉각적이고 동물적 직감에 가까운 반응을 한다. 이러한 반응이 내 작품과 관객의 관계를 구성한다”고 강조했다.
굵은 선과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 대상을 단순화해 표현하는 그의 그림은 대상의 ‘핵심’만을 잡아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특히 ‘워킹 피플’시리즈는 걷는 사람들의 옆모습만을 담아냈다. 작가는 사람에게 ‘걷는다’는 것이 사람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자 특징적인 모습으로 봤다. “창문 밖에 사람들을 보세요. 대부분 걷고 있지요.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도 굉장히 흥미로운 오브제입니다. 측면만을 그리는 건, 얼굴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예요. 입는 옷, 걷는 모양, 태도가 더 중요하지요.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하는건 걷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초상은 관객, 작가, 대상이 서로 서로를 바라보며 삼각관계를 이루지만, 측면 그림은 이 세 파트가 서로 어떠한 교류도 없다. 대신 역동성은 강조된다. “이집트, 그리스ㆍ로마시대 작품을 봐도 걷는 사람의 모습은 측면에서 그립니다. 걷는 모습은 인간의 파워풀한 이미지죠. 굉장히 고전적 소재지만 전 그걸 모던하게 풀어내는 거고요”
1958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줄리안 오피는 대형 광고판, 일본 목판화와 만화, 고전 초상화와 조각 등에서 영감을 받고 이를 특유의 축약된 형식과 현대인들에게 소통 가능한 이미지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전시는 내년 1월 2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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