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민원, 업주 반발 뒤엉킨 대구 ‘자갈마당’ -성매매 종사자 자활 신청도 낮아…“대안 확신 부족”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이른바 ‘자갈마당’으로 알려진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업소 집결지. 오가는 손님으로 쉴 틈 없었던 자갈마당은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갈마당 인근 지역에 대구예술발전소 등 예술 시설이 들어서는 등 도심재생사업이 진행됐고 다음달엔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주민 입주까지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업소 40여곳에서 100명 이상의 성매매 종사자들이 자갈 마당에서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자갈마당을 폐쇄하라는 주민 민원이 쏟아지자 대구시도 도시정비를 내걸고 폐쇄 추진 사업을 시작했지만 과정이 순탄치만 않다. 자갈마당이 생활 터전인 업주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업주 측의 반발이 심해 애초 목표대로 올해 연말까지 집결지를 폐쇄하겠다는 계획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매매 추방 주간(19~25일)을 맞은 가운데 정부가 진행 중인 성매매 집결지 폐쇄 작업이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20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국 35개소로 집계된 성매매 집결지는 지난해 기준 23개로 줄어들었다. 현재 폐쇄 대상은 유리방 형태의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로 일반 건물 형태 등의 다른 형태의 집결지는 제외된 숫자다.
지난 2015년 성매매집결지 뿌리 뽑기에 나선 여가부는 ‘성매매집결지 폐쇄 추진 방안(로드맵)’을 만들어 지자체가 각자 실정에 맞게 추진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폐쇄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 성매매 종사자들을 위한 충분한 대안 및 지원 대책으로 폐쇄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성매매 종사자들 중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으니 성매매 굴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대한 충분한 지원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궁극적인 집결지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몇몇 지자체들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탈성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자활 지원 조례’ 제정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광역자치단체 중에선 처음으로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을 돕는 조례를 제정했다. 탈성매매를 조건으로 약 1년 동안 생계유지비, 주거이전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활 신청을 한 성매매 종사자들의 참여도가 낮은 실정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신청 접수를 받은 지난 7월부터 자활 신청을 한 성매매 종사자의 수는 이달 기준 단 9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시는 이번 주부터 이들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에 들어갔다.
일부 지자체는 자활 조례 제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서울시 성북구는 최근 대구시와 비슷한 자활 조례 안건을 상정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을 이유로 보류됐다. 다음 회기 때 검토될 예정이지만 조례 제정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자활 조례 적용의 첫 단계인 만큼 성매매 종사자들이 자활 결심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상담소장은 “자활 조례 적용이 처음이다 보니 비밀 보장 대한 우려나 정부 정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종사자들이 집결지를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대안이 없어 성매매를 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활 대안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