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점 철수 얘기에 현장은 당혹 -“20년 근무했는데, 갑자기 나가라면…” -1~2년 유예 줘도 매출에 타격 불가피 -3000명 판매사원 일자리 불투명해져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많이 바쁘네요.”
지난 18일 매장서 만난 변해숙 신동화축산 매니저(61ㆍ여)의 첫마디였다. 그는 일터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이날 월요일 정기휴무로 쉬는날임에도 출근했다. 추석연휴를 열흘 앞둔 가운데 상품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추석은 그가 맞는 21번째 추석이다. 그는 1997년부터 약 20년 동안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만 근무했다. 처음에는 백화점 기간제 사원으로 시작했지만, 고급 육류를 취급하는 신동화축산이 들어오자 1999년부터는 그 소속으로 18년을 더 일했다.
“매년 명절마다 찾아오는 십수년된 단골 손님도 많아요. 친구만큼 친할 정도에요.”
변 매니저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영등포 롯데백화점의 철수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굳어졌다. “20년간 일해온 직장에서 허무하게 나갈 수는 없는데…”
19일 유통업계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2월말 점용허가기간(30년)이 만료되는 영등포역ㆍ구 서울역ㆍ동인천역 등 3개 민자역사를 국가로 귀속시키기로 결정했다. 영등포역의 롯데백화점, 구 서울역의 롯데마트의 영업 기한에도 시한부가 생겼다.
국토교통부는 대규모 실업사태를 막기 위해 앞으로 1~2년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임시 사용허가를 부여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문을 닫고 나가야 한다. 문제는 이들 매장에 입점해 있는 상당수 입주상인들이다. 롯데와 계약을 맺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 점포도 백화점ㆍ마트의 퇴장과 함께 역사 공간을 내주게 된다.
매장의 상당수는 매 1년마다 백화점과 계약을 해왔지만 잘되는 매장의 경우에는 사실상 연속성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많게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오픈하고 26년 근무한 직원도 있다.
변 매니저는 “이제 다 늙었는데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이냐”고 했다. 그는 “백화점에서 일하지만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입장”이라며 “백화점에서 나가면 나이가 들어 받아주는 곳도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 식품코너 매장의 상당수는 변 매니저 같은 베테랑 판매사원들이다. 대형마트와 다르게 단골위주의 매출이 많은 편이라, 업체들은 베테랑 직원이 오랜시간 근무하도록 설득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문을 닫게될 경우 이들은 근무처는 불투명해진다.
식품코너가 아닌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점포가 입점하고 만 1개월 근무를 갓채운 김현아 메종드 알렉시스 매니저(43ㆍ여)도 당혹스런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입점을 계획할 때부터 본사와 롯데백화점 측에서도 설마 (민자역사에서 백화점이 철수하겠냐고)했다”면서 “이제 한달이 됐는데 무슨 날벼락을 맞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1~2년간 유예기간을 둔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만을 표했다. 김 매니저는 “백화점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애프터서비스(AS)와 추가 구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금 비싸더라도 ‘매장이 계속 여기 있겠지’하는 생각을 하고 상품을 사간다”며 “앞으로 1년뒤에 롯데백화점이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어떤 소비자가 와서 물건을 구입하겠냐”고 했다. 그는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는 협력업체 직원 2800여명 포함, 3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한다는 1~2년의 유예기간 뒤 이들의 생계는 불투명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사업자 및 입주 상인분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를 거치겠다”며 영세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피해를 줄이겠지만 문제가 안생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갑작스런 귀속방침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앞일을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