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관련 반대입장 공개 무색 통일부 인도적 지원 검토 다음날 北 고강도 도발에 외교부담 가중 북한 김정은 노동위원장은 오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순방을 앞두고 ‘보란 듯’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특히나 전날 정부가 대북 인도지원 방침을 밝히자 추가 도발로 응수한 북한이다. 문 대통령이 유엔 순방을 앞두고 전술핵 반대ㆍ인도지원 허용 등 대북 유화책을 선보였지만, 북한이 대규모 추가 도발을 감행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만 가중된 형국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사흘만인 15일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건 우리 정부로선 시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이다. 전날 통일부는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800만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대북제재 기조와 엇박자란 지적에도 “인도주의와 정치는 별개”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최종 결정 시점은 21일로, 이날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때이다. 기조연설에도 이 같은 대북 인도지원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됐다.
허나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응수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통일부나 청와대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사전 감지하고도 대북 인도 지원 방침을 강행한 셈이 된다. 외교ㆍ안보 라인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혹은 북한 미사일 도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때에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과감한’ 시기와 형식을 택해 대북 지원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전날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체 핵 개발을 해야 한다거나 우리가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자체 핵 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에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외교에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을 취하고 문 대통령 역시 지금까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역시 유엔총회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서 순방 기간 문 대통령이 밝힐 대북정책의 골자를 사전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강행하면서 우리 정부가 실기(失期)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 전망이다. 전술핵이나 핵무장 등이 실현 가능성을 떠나 북한을 향한 추가 압박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음에도 너무 성급하게 카드를 소진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이날 북한이 추가 미사일을 도발했지만, 이에 따른 추가 압박 카드는 마땅치 않다.
유엔 순방 때 밝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이번 북한의 추가 도발 여파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엔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불구, 북한이 오히려 기존 발사보다 더 사거리가 긴 미사일로 강경 대응하면서 오히려 한반도 긴장감은 더 격해졌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