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소비자 “뭘 먹고 입고 써야 하나” -먹거리ㆍ생활용품 안전 불안감 커져가 -유럽발 ‘소시지 파문‘ 국내도 번질 듯 -계란ㆍ생리대 이어 제2ㆍ3파동 우려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도대체 세상 모든게 안전을 위협하니, 도대체 뭘 먹고 입고 써야 하나요?”
대한민국이 포비아(공포ㆍPhobia)병에 걸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 이은 살충제 계란 파동, 생리대 파문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유럽산 소시지 파장도 예고되고 있고, 기저귀 위생 논란도 번지고 있어 ‘포비아’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이들 문제제품 중 다수는 친환경ㆍ고급형 제품군임을 표방했던 상품들이라 충격은 더 크다는 평가다.
▶먹을 것이 없다=25일 유통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영국보건국(PHE)은 최근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한 원인을 수입산 돼지고기와 이를 이용해 만든 육가공품(소시지ㆍ햄)으로 지목하고 정확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에서 판매하던 네덜란드ㆍ독일산 소시지와 슬라이스 햄이 주범으로 꼽혔다. 이들 제품이 오염된 돼지피를 사용하면서 E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균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에는 독일산 소시지 34톤이 수입됐다. 독일산 햄류는 약 1톤, 베이컨류도 0.1톤과 네덜란드산 베이컨류도 2톤이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고급 제품으로 분류되며 대형마트와 일반 소매점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돼왔다.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4일 수입ㆍ유통 중인 독일산ㆍ네덜란드산 햄ㆍ소시지 제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럽산 ‘살충제 계란’ 문제가 생긴 뒤 이어 한국에서 더 크게 논란이 됐던 것처럼, 국산 소시지와 햄 제품에서도 똑같은 일이 생길까봐 소비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여전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 농장 683곳의 계란을 검사하는 도중 2개 농가에서 금지된 농약성분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대사산물 DDE가 각각 0.028mg/kg, 0.047mg/kg 씩 검출됐다고 했다. 이어 닭고기 DDT 성분 조사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됐고,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에서 출하되는 산란계를 대상으로 잔류 물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육계와 오리, 메추리 등 다른 가금류의 잔류물질 검사도 확대했다.
DDT는 각종 암을 유발하고, 메스꺼움과 신경 손상 등을 가져오는 화학성분이다. 지난 1979년 사용이 금지됐다. 섭취하는 모래를 통해 닭과 계란에 유입된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몸에 닿는 제품도 ‘케미포비아’=깨끗한나라 릴리안 제품군에서 시작된 생리대 공포도 전체 생리대 제조업체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여성 사용자 3009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제보 여성 가운데 65.6%(1977명)은 생리주기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주기가 1∼2개월 바뀌었다는 응답이 22.7%(684명)로 가장 많았고, 3개월 이상이 10.3%(311명), 6개월 이상은 12.3%(370명)였다.전체 제보자 중 85.8%(2582명)는 생리 양이 줄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피해배상소송 등 집단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21일 법무법인 법정원이 온라인 카페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손해배상청구)준비 모임’을 개설했고, 25일 오전 기준 카페 가입자 수는 2만명을 넘어섰다.
식약처에 접수된 생리대에 대한 부작용신고는 25일 현재 19건을 넘어섰다. 출시 이후 지난 20일까지는 신고 사례가 없었으나 논란이 커지기 시작한 21일부터 신고가 집중되고 있다.
주로 생리대 화학물질 문제에서 유해성 원인으로 지목되는 성분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이다. 이는 생리대를 속옷에 고정하는 용도로 쓰인다. 다른 제품에서도 속옷고정대가 들어가는만큼 여기에 대한 전수조사는 필수불가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식약처도 최근 생리대 제조업체 5곳(유한킴벌리ㆍ엘지유니참ㆍ깨끗한나라ㆍ한국피앤지ㆍ웰크론헬스케어)을 긴급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식약처는 이들 업체 제품에서 ▷접착제 과다사용 여부 ▷원료 및 제조공정이 허가사항을 따르고 있는지 여부 ▷업체의 원료·완제품 품질 검사가 수행 현황 ▷제조ㆍ품질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이들 상품의 공정 점검에서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반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행정처분 및 해당 제품 회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생리대는 시중 유통량의 90%에 달한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전국민적인 생리대 불매운동 분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기저귀 제품군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기들은 하루에 2~3개씩 기저귀를 바꿔 착용할 정도로 사용 빈도가 높아, 문제가 기저귀까지 이어질 경우 더 큰 소비자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식약처의 몸놀림은 분주해졌다. 한 관계자는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한 시급한 문제인 만큼 연구를 최대한 앞당겨 실시하겠다”며 “해당 물질의 인체 위해성이 확인될 경우 기준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