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알쓸신잡’이 말도 안되는 백마강 유람선 안내방송을 바로잡았다. 유시민 작가가 충남 부여 여행에서 의자왕과 삼천궁녀에 대해 토크를 벌이다 백마강 유람선 안내방송에서 시대착오적인 여성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들이 흘러나오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부여군은 유 작가의 지적을 타당하다고 인정해 ‘낙화암과 삼천 궁녀’에 관한 내용 등을 고쳐 안내방송을 다시 녹음한 후 백마강유람선조합에 보냈다.

이에 따라 ‘우리 민족사의 여인들은 백의민족이며 정절을 중요시하는 순박한 여인들로서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부분은 완전 삭제되는 등 유람선 방송 내용이 상당 부분 수정됐다.

왜 ‘알쓸신잡’이 필요할까?

이게 방송의 공익적인 영향력이자 ‘알쓸신잡’의 미덕이다.‘알쓸신잡’은 각기 분야가 다른 전문가들이 출연해 지식수다를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각기 잡학만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펼침으로써 서로 다름과 차이를 확인하고 발견하는 공간이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 인정하고 공감해주기도 한다.

소설가 김영하가 말했듯이, ‘알쓸신잡’에서는 엄청난 팩트 제공이 있었던 게 아니다.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냐를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자기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스스로 폼을 잡는 이유중 하나가 살롱문화다. 살롱문화란 게 별 거 아니다. 한마디로 대화의 문화다. 와인이나 커피 한 잔 들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대화를 잘 못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부러운 문화이기도 하다. 이런 문화자산은 그 나라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알쓸신잡’은 토론도 아니고, 예능 토크쇼도 아니다. 자유롭게 말하는 곳이라 지식수다라고 했다. 장르적으로는 교양과 예능에 걸쳐있다. 연출진의 개입도 최소화돼 있다.

일반인보다 지식수준이 훨씬 높은 사람들이지만, ‘알쓸신잡’을 통해 대화하는 문화를 가꿔나갔으면 한다. 상대의 생각을 관용하고 이해하며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낙화암 유람선 방송처럼 고쳐나가는 문화 말이다. 지적질 당했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말이기도 하다. 전국 관광지 안내판도 그런 식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나영석 PD는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알쓸신잡’의 비하인드(무삭제판) 공개는 쉽지 않다고 했다. 자칫 가르치려 든다고 생각할 수 있어 민감하다고 했다.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자신이 연출하는 프로그램중 가장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기자는 이를 굉장히 재미있지만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금 더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고, 남의 의견이나 표현에 참아낼 수 있는(툴레랑스)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가장 바람직한 사회는 내 생각과 행동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펼칠 수 있고, 나도 남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립된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쓸신잡’이 시즌2에 오면 더욱 다양한 시도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