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LG화학 ‘팩티브’첫 허가 10년뒤 한미 ‘에소메졸’등 7건 녹십자 혈액제제 등 5건 신청 제품력·영업력 병행돼야 안착 글로벌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한 국내 제약사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높아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고품질 의약품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시장은 진출이 까다롭지만 진입에 성공만 하면 상당한 열매가 보장되는 곳이다. 제약사로선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미국 FDA 허가 국산 의약품 8개=미국 제약 시장 진출을 위해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가 필수다. 국내에서 의약품 판매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의 허가가 필요한 것과 같다. FDA의 허가 문턱은 높기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의 의약품 검사ㆍ인증 기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의약품 효능과 안전성을 꼼꼼히 살핀다. 식약처를 비롯한 각국 규제 기관이 미 FDA 허가ㆍ규제 수준을 벤치마킹하는 이유다.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현재까지 FDA 허가를 획득한 국산 의약품은 8개다. 국내 제약산업 역사가 100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10년에 1개도 허가를 못 받은 셈이다. FDA 허가를 처음으로 획득한 의약품은 2003년 LG화학이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다. ‘팩티브’는 시장 안착에 실패, 첫 미국 진출이란 상징성에만 만족해야 했다. 경쟁 약물 등장 등이 원인이었다.

이후 10년 만인 2013년 한미약품이 개발한 역류성 식도염 치료 개량 신약 ‘에소메졸’이 허가를 획득했다. 2014년에는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가 FDA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FDA 허가를 받은 국산의약품이 한꺼번에 3개나 나왔다. 대웅제약의 항생제 ‘메로페넴’, 셀트리온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 SK케미칼의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가 순서대로 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램시마’는 국내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첫 국산 바이오시밀러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램시마(미국명 ‘인플렉트라’)’는 지난해 12월 미국 진출 이후 매달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앱스틸라’는 국내 개발 바이오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의약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앱스틸라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된 뒤 아직 정확한 매출액이 집계가 되고 있지 않지만 미국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미국 파트너사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절염 치료제 ‘렌플렉시스’와 휴온스의 ‘생리식염주사제’ 복제약이 FDA 허가를 획득했다. ‘렌플렉시스’는 얀센의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앞서 진출한 ‘램시마’ 역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미국 시장에서 국내 의약품끼리 경쟁을 벌이게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국산 의약품끼리 경쟁을 하게 되는 모습을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선의의 경쟁으로 두 제품 모두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한다”고 했다.

▶FDA 허가 신청 의약품 줄줄이 대기=앞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국산 의약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FDA 허가를 신청한 국산 의약품은 5개로 파악된다.

녹십자의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이 허가 획득에 가장 근접해 있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은 선천성 면역 결핍증과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에 사용되는 혈액제제다. 이미 국내는 물론 중남미ㆍ중동 시장에 진출, 출시 이후 지금까지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말 FDA 신청을 했지만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허가가 미뤄졌다. 녹십자는 올해 안으로 FDA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케미칼 치매 패치 복제약 ‘SID710’도 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복제약인 만큼 신약보단 허가가 수월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제제 ‘나보타’의 FDA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나보타’는 국내 후발 주자지만 5조원 규모의 미국 보톡스 시장에 먼저 진출하게 되면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에 이어 6월 ‘트룩시마’, 7월 ‘허쥬마’까지 올해 잇달아 FDA에 품목허가신청(BLA)을 완료했다. 이들 바이오시밀러까지 FDA 허가를 획득하면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삼총사는 모두 바이오의약품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하는 셈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국산 의약품은 복제약, 개량 신약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바이오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국산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제품력ㆍ영업력 있어야=국산 의약품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섣부른 도전은 실패의 쓴맛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미국 제약시장 규모는 약 525조원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 제약 시장 1255조원의 40%에 달하는 최대 시장이다. 세계 모든 의약품이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섣부른 제품으로 도전하면 필패다. 제품력은 물론 막강한 영업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램시마’, ‘앱스틸라’, ‘렌플렉시스’ 모두 미국 현지 유통 판매 파트너사를 선정한 이유다.

이 관계자는 “야구에 비유해 미국 제약 시장을 ‘메이저리그’라고 한다면 이 곳에는 실력이 뛰어난 제품들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고 일부만 살아남아 경기를 뛰게 된다”며 “제품력과 함께 좋은 유통망을 가진 파트너사와 함께 했을 때 미국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