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선임과 후임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부대 생활이 힘들었다”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장병 5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9명을 부상 입힌 임모(22) 병장이 23일 자해를 시도하고 검거되기 직전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한 뒤 남긴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임 병장은 군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고발생 가능성이 있는 병사, 이른바 관심병사이었다. 임 병장은 지난해 2월 부대에 배치된 이후 같은 해 4월 실시된 인성검사에서는 GOP 근무가 불가능한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지만 7개월 뒤 진행된 11월 검사에선 B급 판정을 받고 GOP 근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22사단 내 임 병장과 같은 관심병사는 1800여명에 달한다. 전체 병사의 20% 수준으로 5명의 1명꼴이다. A급은 312명, B급은 470명, C급은 1018명이다.

특별관리 대상인 A급은 자살을 계획하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자로, 국방연구원(KIDA) 진단도구 검사결과 특별관리 대상으로 판정되거나 사고유발 고위험 판단자 등이 해당된다. 중점관리 대상인 B급은 자살 우려자나 결손가정, 신체결함자 등이 해당된다. 또 성 관련 규정 위반 우려자, 성격장애자, 구타, 가혹행위 우려자, 그리고 사고유발 위험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기본관리 대상인 C급은 입대 100일 미만의 신병과 허양체질자, 동성애자, 그리고 지휘관이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병사 등이다.

국방부는 전군의 관심병사 통계자료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A급 관심병사만 1만7000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45만 장병 가운데 3.8%이다. 22사단의 경우 A급 관심병사 비율이 3.6%인데 군 당국이 이 수치에 맞춰 기계적으로 분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방부 자료에 따른 군복무 부적합 판정자가 2011년 6400명, 2012년 6300명, 2013년 전반기 3200명으로 매년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관심병사가 제대로 관심을 받고있는가라는 것이다. 군내 상담관 수는 현재 246명에 불과하다. 백승주 차관은 “연대에 한 명 정도는 상담관을 둬야 한다. 연차적으로 도입해가고 있다”며 “현재 246명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대 한 명씩 하려면 357명 정도를 연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심병사 등급분류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한부모 가정’이나 ‘경제적 빈곤자’는 무조건 B급, 성소수자는 C급(기본관리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기준은 보호와 관심이라는 당초 목적보다는 ‘문제 병사’라는 주홍글씨만 찍는 낙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심병사에게는 보다 체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