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마르틴 하이데거의 시선은 반 고흐의 그림(‘구두’) 속 촌 아낙네의 구두에 고정됐다. ‘구토’를 쓴 직후의 장 폴 사르트르는 플로르 카페에서 우연히 조각가이자 회화작가인 자코메티를 만나 “술값 좀 내달라”는 청을 들었다. 술값이 인연이 됐을까. 사르트르의 지적인 여정에서 자코메티의 작품은 한 페이지가 됐다. ‘타자’의 현상학자 에마누엘 레비나스의 사유는 프랑스 조각가 사카 소스노의 작품을 품는다. 다양한 접점에서 메를로-퐁티와 세잔, 리쾨르와 램브란트, 미셸 앙리와 칸딘스키, 마리옹과 로스코, 라캉과 홀바인, 리오타르와 뉴먼, 들뢰즈와 베이컨, 푸코와 마네, 데리다와 아다미, 랑시에르와 로댕이 만나고 짝지줘졌다. 현대철학과 시각예술의 흐름이 접속하는 그 풍경은 어떨까.
현대철학 거장 13명의 미술 이론을 국내 학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하이데거에서 랑시에르까지, 현대철학자들의 미술론’(문학과 지성사)이 최근 출간됐다. 강우성(서울대 영문), 김동규(서강대 철학), 김상현(성균관대 학부), 김재희(이화여대 HK연구교수), 맹정현(서울정신분석포럼 회원), 박기순(충북대 철학), 신인섭(강남대 철학), 윤성우(한국외대 철학), 지영래(고려대 불문학), 하피터(경희대 체육대학원), 허경(한국근현대문화사상연구소 공동대표) 등의 학자들이 썼고, 집필에도 참여한 서강대 철학과 서동욱 교수가 엮었다.
1부는 하이데거, 사르트르, 레비나스, 메롤로-퐁티, 리쾨르, 미셸 앙리, 마리옹 등 현상학과 실존주의로 묶일 수 있는 철학자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2부에선 후기 구조주의를 대표하는 라캉, 리오타르, 들뢰즈, 푸코, 데리다, 랑시에르가 다뤄졌다.
미술을 통해 현대철학사를 꿰는 듯한 ‘일목요연함’은 오히려 필자들의 사유의 시간과 집필의 노력을 방증한다. 기획부터 출판까지 8년이 걸렸다는 것이 출판사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