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장관후보 자격 논란…靑 인사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역사관 · 논문 표절 여부 등…검증인력 10명으론 턱없이 부족 “너무 서둘러 위기 자초”지적속…靑 폐쇄적 국정 운영도 도마에

“이번 인사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청와대로부터 총리지명을 받은 뒤 오래지 않아 편향된 역사관 문제로 여론의 집중적인 공세를 받게 되자, 생뚱맞게도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직을 겸임하는 김 실장이 아니면 과연 누가 문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단 말인가. 그는 비선의 힘이 작용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그는 “김 실장의 오랜 공직 경험”을 내세웠다. 세월호 침몰 이후 관피아를 척결하는 등 국가개조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40대 검찰총장을 거쳐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관록의 김 실장이 국정경험이 없는 사람(문 후보자)을 총리 후보로 내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박근혜정부 출범을 도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또다른 최측근 인사가 문 후보자를 총리로 추천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당초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국회에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사실상 문 후보자 스스로의 ‘결단’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문 후보자가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더해진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누구의 천거로 총리 후보자가 됐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누가 추천됐든, 청와대 인사라인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 후보자를 걸러냈어야 했다. 논란을 부를 인사를 그것도 한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면 검증시스템에 큰 구멍이 있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뭔가 조치가 따라야 한다. 여권의 또다른 고위인사는 “검증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기존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하고, 검증과정에 소홀했거나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쫓기는 인사검증시스템=인사검증시스템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일정에 쫓기듯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안 전 대법관의 낙마 이후 문 후보자가 지명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주일이다. 지난 2002년 DJ 정부시절 장상 총리 서리가 낙마하고, 장대환 총리 서리가 지명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9일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시간이 더 주어졌지만, 한 인물에 대해 과거와 현재 행적을 상세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시간이다. 실제로 청와대 내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 내 소속팀원이 10명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1차 선별작업 자체가 제대로 나올리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인사를 서두르는 바람에 부적절한 후보가 지명됐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들린다. 한 인사는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좀 늦더라도 인재풀을 늘리고, 시간과 공을 들여 후보들을 철저히 검증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청와대 인사라인은 비상상황, 이를 테면 주요 공직자의 궐석에 대비한 대체 인력풀을 수시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폐쇄적인 국정운영방식도 문제=여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 인사가 좀 더 투명해질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너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아직까지 문 총리 후보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추천됐고, 어떠한 인물 검증 작업이 진행됐는지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만약 문 후보자가 낙마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경우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낙마에 이어 문 총리 후보자의 인사 참사가 예상되는 상황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폐쇄적인 국정운영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편향된 역사관의 인사,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인사 등이 총리, 부총리 후보로 최종 낙점될 수 있었던 것은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청와대 인사의 난맥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평판이나 간단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놓친 것을 두고 한 지적이다. 한 야당 인사는 “문 후보자가 총리로 지명됐을 때 청와대에서는 ‘깜짝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인물평이 충분하지 않았다. 김 부총리 역시 교육계에서 깜짝 인물로 거론됐을 정도로 검증이 필요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전보다 훨씬 높아진 국민 눈높이가 유능한 후보자군을 좁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청문회를 거치기도 전에 각종 사생활이 공개되고, 가족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해 후보군의 상당수가 아예 후보 추천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유능한 인력풀이 협소해지고, 결과적으로 국정운영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국가손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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