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중국 대륙이 브라질 월드컵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중국 대표팀은 브라질 본선 진출이 좌절됐지만, 중국 축구광팬인 ‘치우미(球迷)’의 축구 사랑은 남미 못지 않다.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속출하고, 경기 관전을 위해 직장과 학교에 제출할 가짜 진단서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우승팀 예측으로 갑론을박이 뜨겁다.
중국인들은 자국 대표팀을 볼수 없는 월드컵에 왜 열광하는 것일까.
▶탁구보다 축구, 왜?=중국의 축구팬은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 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치우미’ 회원만 1억명이 넘는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단일 국가로는 최대 인파가 경기를 지켜봤다. 영국 BBC방송은 “당시 1750만명이 경기 중계방송을 시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축구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프로 축구는 1994년 뒤늦게 시작했지만, 중국인이 축구를 시작한 것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고대 중국에서는 서양보다 먼저 축구와 유사한 방식의 공놀이인 ‘축국(蹴鞠)’을 즐겼다.
일상생활에서도 축구는 생활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전국 대부분 초ㆍ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축구팀이 존재하고, 성ㆍ시별로 축구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주요 성ㆍ시 대표간 정규 리그전은 현지 주민들의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로 지역의 축제가 됐다.
치우미들은 특히 유럽 축구에 열광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 A 시즌이 개막하면 중국 곳곳에서 중계방송에 열을 올리는 중국인을 쉽게 볼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포털사이트 여론조사에서 브라질월드컵 응원팀으로 영국과 이탈리아가 가장 많이 꼽혔다.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에서는 한 중국인이 열하루 밤을 연속으로 새면서 경기를 지켜보다 결국 사망하기도 했다.
중국인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유도 유럽 프로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열성 팬들은 곧장 브라질로 날아갔다. 브라질 여행상품은 올 초부터 불티나게 팔렸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행사가 ‘월드컵관전투어 상품’을 내놓기 바쁘게 팔려나갔다.
여행사 관계자는 “2주간 여행비용이 약 5만위안(약 820만원)으로 고가이지만, 곧바로 매진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과 축구광인 시진핑 주석의 취임이 겹쳐진 것이 월드컵 열기를 더욱 뜨겁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월드컵 기간중에도 밤새 TV를 시청하던 중국인 축구팬 3명이 사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임신부가 유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ㆍ일본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이같은 열기는 온라인으로 이어져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국은 왜 약체인가?” “아시아 팀 중 한국과 일본, 어느 팀을 응원할까?” 등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아시아 국가 중 본선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응원과 시기가 교차한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응원해야 한다”는 우호적 반응과 “한국과 일본의 축구 수준은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는 비하글이 맞섰다.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으로 고조된 반일감정을 반영하듯 “일본의 첫 경기 상대인 코트디부아르를 응원한다”는 네티즌도 많았다.
한편 베이징 시가 주요 지하철 32개 역에 출전 대표팀 홍보코너를 마련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은 동물원역, 일본은 옛 처형장이 있던 역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역이 지정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양국에 대한 중국인의 악감정이 반영됐다며 “잘했다, 좋은 암시다”고 반응했다. 이에 반해 “이런 일로 기뻐하면 중국팀은 영원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성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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