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다음주부터 식용란 수입 가능”
태국산 수입만으로 물량안정 역부족
계란값↑…장바구니물가 위협 재현될듯
수입산에 대한 소비자들 불신도 여전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계란 공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계란은 ‘국민 식탁’을 책임지는 식품이자, 빵 등의 주재료로 쓰인다는 점에서 도미노 물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서민들은 그렇잖아도 오를대로 오른 물가 상승에 또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까봐 불안하기만 하다.
이번 AI 재발로 인해 계란 공급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 9일 태국산 계란 수입을 허용했지만 국내 계란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산 계란 자체가 계란 공급량을 메우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입산 계란은 지난해 말 발생한 AI 사태 여파로 등장했었다. 이번에도 AI가 더 심각한 상황이 되면 수입산 계란을 또 들여와야 하는데,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계란을 낳는 국내 산란계 농가가 무너진 데다 수입산 계란까지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을 경우 계란값 고공행진에 브레이크를 걸 수단은 없어 보인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태국산 식용란에 대한 수입위생 평가를 마치고, 수입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태국 정부와의 수입 위생요건 및 수출 위생증명서에 대한 협의도 마무리됨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부터 태국산 식용란 수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태국 외에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덴마크 네덜란드 등을 식용란 수입허용 국가로 지정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말 번진 AI 사태로 인해 계란 공급에 비상이 걸리자 지난 1월 최초로 미국 신선란 수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주수입국인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도 AI 사태가 일어나면서 정부가 계란 수입처를 재조정한 것이다. 이에 태국산 수입 계란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수입산 계란을 실제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상적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수입처 국가에서 이달 초까지 위생절차를 조기에 완료하고, 병아리 수입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절차가 시작됐어야 했다. 하지만 태국 외 국가에서 여전히 우리 정부가 제시한 위생 기준에 대한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절차 진행은 미흡한 상태다. 또 수입산 계란에 대한 항공료 50% 지원은 끊겼고, 무관세 혜택도 이달 중으로 끝나 수입산 계란의 가격 경쟁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부터 이들 국가에서 신선란 수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선박 운송, 국내 위생 점검 등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에서도 수출을 준비할 때 우리 측이 제시한 위생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그에 대한 방안을 상대국에서 아직까지 명확하게 내놓지 않고 있어 지지부진 상태”라며 “연초부터 계란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 수입이 시급한데 답답하다”고 했다.
미국산 계란 수입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수입산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문제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신선도가 높은 국내산 계란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수입산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주무 박모(38) 씨는 “지난 번에 흰색 미국산 계란이 들어왔을 때도 찜찜한 마음이 들어 구입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미국에서도 AI가 발생했다고 해 그 뒤로도 수입산 계란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며 “정부에선 위생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현재 오골계, 토종닭 등 특수종 농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AI가 산란계 농가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고온다습의 여름 날씨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바이러스의 창궐이 우려되는 것이다. 만약 지난해 말 발생한 AI 사태 당시처럼 바이러스가 산란계 농가까지 본격적으로 번지면 계란 공급망이 더욱 좁혀져 계란값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산이란 대책도 뚜렷하지 않고 국내산 계란은 점점 구하기 힘들어져서 올한 해는 계란과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