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기, 권고 불수용 급증 -박근혜정부, 구조적 인권 침해 ‘나 몰라라’ -“외부 통제없이 수사권 줄 수 없어” 여론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며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찰은 수사나 집회 시위 관리 등의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기 쉬운 부처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인권 경찰 구현 방안을 경찰에 요구한 것 역시 높은 인권 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인권 감수성은 각 정권의 인권 정책 성향에 따라 널뛰기를 한 것이 사실이다.
경찰 조직 안팎에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되는 경찰 관련 정책권고나 진정 사건의 수와 관련 권고에 대한 경찰의 수용률로 살펴볼 수 있다.
정권별로 보면 2009년 12월 용산 참사를 다루던 인권위 회의를 현병철 당시 인권위원장이 강제폐회하는 등 인권위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던 이명박 정부 시기 경찰에 대한 정책권고나 진정의 건 수가 급증했다. 참여정부 시절 경찰에 대한 인권위의 정책권고는 3건, 박근혜 정부의 경우 4건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10건에 달했다.
각종 차별과 권리 침해에 대한 진정 사건 역시 이명박 정부때 급증했다. 참여 정부 시기 252건이던 경찰에 대한 진정사건 및 직권 조사 권고는 이명박 정부시기 397건으로 1.5배 늘었다. 반대로 권고 수용률은 95.6%에서 77.6%로 급전직하했다.
인권위가 공개한 경찰의 불수용 내역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2009년 7월 경기경찰청은 임산부 혼자 있는 집을 방문해 살인사건의 증거물을 압수하겠다고 영장을 집행했고 이에 놀란 임산부는 결국 유산을 했다. 관련 진정을 받은 인권위는 신체의 안전과 사생활의 자유 침해 행위에 대해 주의 조치를 권고했지만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 확보의 긴급성으로 적법절차에 따라 집행했다는 이유로 권고를 불수용했다.
집회 시위 과정에서 과잉진압을 하고서도 이에 대한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도 했다. 같은해 11월 광우병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여대생 군홧발 사건 등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진정이 이어지자 인권위가 개인식별 표지 부착과 물대포 사용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권고했지만 경찰은 개인식별 표지에 대해서는 ‘일부수용’을, 물대포 사용 기준에 대해서는 ’불수용‘을 통보했다. 결국 물대포의 자의적 사용으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직사살수에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는 단초가 됐다.
그외에도 인권위는 쌍용차 농성 진압과정에서의 과잉진압과 단전ㆍ단수 조치, 집회불허통지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동의없는 캠코더 촬영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지만 경찰은 권한과 적법절차를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진정 건수는 74건으로 급감했지만 경찰대 신입생 여성비율 확대 권고를 거부하거나 청와대 인근 집회 일괄 금지통보를 고수하는 등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대한 권고를 불수용해 그 심각성은 더 심해졌다.
진교훈 경찰청 현장활력TF단장은 “정부에서 집회ㆍ시위 등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는 것이 충돌과 이해대립으로 이어지고 현장에서는 인권침해적 요소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민변 변호사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경찰의 수뇌부나 간부의 인권에 대한 태도가 크게 바뀌고 이는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달라고 하지만 외부적 통제없이 권한만 확대해도 되겠냐는 의구심이 국민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역시 “여대생 군홧발 사건을 지휘한 최모 총경 등 인권 침해 경찰관에 대해 공소시효가 남았다면 직무고발을, 완성됐다면 징계를 해야 인권 경찰을 확립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를 청장 직속으로 승격하고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 견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진 단장은 “이미 지난 인권위 권고를 재수용하기보다 제도 개선 등으로 실질적 인권 보호 수준을 높일 것”이라며 “청와대 인근 등 집회 금지통고를 최소화하는 등 내용이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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