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한국과 중국을 비판하는 자극적인 주간지 광고를 규제하자.” “지금, 일본을 생각하자”

지난 4월. 일본 도쿄의 한 출판사 사무실에 일본 출판계 직원 20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헤이트스피치(증오표현) 및 배타주의에 가담하지 않는 출판 관계자 모임’ 회원들이다.

출판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의식있는 인사들이 한데 모여 ‘타국과 타민족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담론 형성에 출판계 내부에서 제동을 걸 수 없나’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혐한(嫌韓)ㆍ혐중(嫌中) 서적으로 매출 호조를 보였던 일본 출판계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이웃나라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담론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모임 회원인 이와시타 유이는 “지금의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시작의 불을 당긴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회의를 열고 출판계 전체에서 생각하는 흐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내 혐한ㆍ혐중 열풍은 올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상반기 신간ㆍ논픽션 부문 주간 베스트셀러 톱10에 혐한ㆍ혐중 관련 서적 7권이나 포진했다.

이 중 ‘매한론(呆韓論ㆍ한국비하론)’은 10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또 2005년 출판돼 일본에 혐한 붐을 일으킨 <만화 혐한류>는 시리즈 누계 100만권을 돌파했다.

혐한ㆍ혐중 책이 잘 팔리자 서점은 매출 신장을 위해 관련서적 전용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대형 출판사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는 지난달 전국 서점을 대상으로 ‘지금, 이 나라를 생각한다’는 선서(選書)페어를 시작했다. 테마는 ‘혐오도 아니다, 비하도 아니다’이다.

이 행사에는 준쿠도(ジュンク堂)와 키노쿠니야(紀伊国屋) 등 대형서점을 비롯해 전국 150개 서점이 동참했다.

각 서점이 마련한 관련 도서코너에는 ‘지금 일본을 읽는다’의 저자 이토 세이코 등 작가 19명이 선정한 서적 18권이 소개돼 있다. 여기에는 ‘제국일본의 경계선(帝国日本の閾)’와 ‘헤이트스피치는 무엇인가’가 포함됐다.

가와데쇼보신샤 관계자는 “혐한ㆍ혐중 붐의 뒷면에는 생활보호 학대나 여성의 비곤, 고용문제 등 철저히 따져야할 사회문제가 방치되고 있다”고 도서페어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밖에 중소출판업계 단체인 ‘한모토(版元)닷컴’도 ‘반(反)증오ㆍ안티 레이시즘(인종차별 반대)’이라는 테마의 도서페어를 인터넷상에서 전개했다.

여기에는 회원사 11개사가 참여해 관련 서적 26권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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