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이혜미 기자]어리바리 대학생, 명랑한 연하남… ‘이민기’라는 이름 석 자에 떠올렸던 이미지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 짙은 눈썹, 장난기 묻어나는 눈과 입매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비장한 모습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올해로 연기 경력 10년차를 맞은 이민기는 자신을 향한 편견을 조용히 털어냈다. 서른 나이가 무색한 앳된 외모지만, ‘누나들의 로망’, ‘귀여운 연하남’ 꼬리표는 그에게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풋풋했던 소년은 뚝심 있는 남자로, 몇 줄의 수식어로 설명할 수 없는 배우로 진화 중이다.

▶예측불가능한 청춘, 이민기=이민기를 처음 본 건 2005년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에서다. ‘꽃미남’ 외모보단 개성 있는 마스크에 더 가까웠다. 2004년 단막극 두 편을 거친 그가 단숨에 일일극(‘굳세어라 금순아’)과 시트콤의 주역을 꿰찬 것을 보면서 반짝 스타의 길을 걷지 않을까 의심했었다.

그런 이민기가 언제부턴가 예측 불가능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었다. 말랑말랑한 일일극과 주말극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과감하게 스크린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그러더니 블록버스터 상업영화(‘해운대’)와 저예산 영화(‘오이시맨’)의 경계를 넘나들고, 로맨틱 코미디부터 액션, 스릴러까지 장르 가리지 않고 작품이 원하는 얼굴을 만들어냈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 특별한 기준은 없다. 그저 작품과 나의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때가 아니면 못하는 작품들이 있다. ‘오이시맨’ 같은 경우 정식 개봉을 하거나 흥행한 건 아니지만, 당시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민기(탤런트/영화배우)
어리바리 대학생, 명랑한 연하남… ‘이민기’라는 이름 석 자에 떠올렸던 이미지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 짙은 눈썹, 장난기 묻어나는 눈과 입매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비장한 모습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이민기(탤런트/영화배우) 어리바리 대학생, 명랑한 연하남… ‘이민기’라는 이름 석 자에 떠올렸던 이미지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 짙은 눈썹, 장난기 묻어나는 눈과 입매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비장한 모습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뻔하지 않은 누아르에 마음 뺏겼다”=이번엔 남자들의 어두운 세계를 담은 누아르에 도전했다. 부산 최대의 조직에서 욕망을 키워가는 전직 야구선수 ‘이환’ 역을 맡았다. 누아르 작품이 젊은 배우들에게 흔히 들어오는 게 아니다보니 구미가 당겼다.

“20대의 끝에 누아르 장르를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누아르가 자칫 뻔한 이야기로 흐를 수 밖에 없는데, 제작사나 감독이나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게 갈 수 있을까 고민하더라. 인간의 ‘욕망’에 집중한 것이 색달랐고, 어떤 누아르 영화보다 감성적으로 그려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수위 높은 베드신에도 도전했다. ‘바람피기 좋은 날’(2007)에서 다소 장난스러운 애정신은 있었지만 진지한 베드신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로지 인간의 욕망에 집중하는 영화인 만큼, 꼭 필요한 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민은 없었다.

“베드신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스토리나 인물들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수 있다. 이환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민기(탤런트/영화배우)
어리바리 대학생, 명랑한 연하남… ‘이민기’라는 이름 석 자에 떠올렸던 이미지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 짙은 눈썹, 장난기 묻어나는 눈과 입매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비장한 모습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이민기(탤런트/영화배우) 어리바리 대학생, 명랑한 연하남… ‘이민기’라는 이름 석 자에 떠올렸던 이미지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 짙은 눈썹, 장난기 묻어나는 눈과 입매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비장한 모습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서른’의 이민기, 축제는 시작이다=이민기도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연기에 있어 스스로 성장을 느끼고 뿌듯해 하면서도, 고삐를 느슨하게 푸는 법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연기 변화는 스스로 느낀다. ‘몬스터’(2014)를 스물다섯에 찍었다면 저런 표정이나 감정이 나왔을까 생각했다. 물론 ‘더 잘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는데’라는 반성도 늘 따라다닌다.”

‘배우’ 아닌 ‘인간’ 이민기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20대와 비교해 개인의 삶에서 달라진 점을 묻자 이내 진지한 표정이 된다.

“타이거 우즈였나, 인터뷰에서 ‘스스로 행복해지지 않으면 물질적 풍요도 아무 의미 없다’고 하더라. 돌이켜보면 20대 초·중반엔 가진 것은 없어도 행복했다. 그런데 30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 활동) 바깥에서 자꾸 행복을 찾으려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이민기는 다시 촬영 현장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연기하면서 어떤 역할이 편했고, 어떤 역은 상대적으로 힘들었다는 기억도 없다. “어떤 역할이든 그 속에 있을 때는 늘 즐겁고 편안하다”고 말한다. 가히 ‘연기 중독’이라 할 만한 이 고백이 오늘의 이민기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이혜미 기자 / ham@heraldcorp.com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이민기(탤런트/영화배우)
어리바리 대학생, 명랑한 연하남… ‘이민기’라는 이름 석 자에 떠올렸던 이미지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 짙은 눈썹, 장난기 묻어나는 눈과 입매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비장한 모습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이민기(탤런트/영화배우) 어리바리 대학생, 명랑한 연하남… ‘이민기’라는 이름 석 자에 떠올렸던 이미지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 짙은 눈썹, 장난기 묻어나는 눈과 입매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비장한 모습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인터뷰 뒷 이야기> 스캔들 없는 배우? 그 속내는…

이민기는 2004년 연예계에 데뷔한 이래, 이렇다 할 스캔들 하나 없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이민기’를 검색하다 보면 ‘이민기는 스캔들도 없나요?’라는 팬의 질문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인터뷰 말미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더니 “스캔들 날 만한 일을 안 했으니까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서도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은 감출 수 없다.

그는 “사실 어릴 때는 내 연기 활동에 지장받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이건 핑계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좋아서 필요성을 못 느꼈던 면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생활을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졌다. 게다가 20대에 동거동락했던 친구들이 요즘은 연애하느라 바쁜 걸 보면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고.

이 남자, 올해는 연애가 필요하다. 달콤하고도 씁쓸한 연애를 경험한 뒤 또 달라질 그의 연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