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부담 늘고 소득증가 제한적 반도체 등 수출 기업과 양극화
13일 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지만, 민간소비 전망은 암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수출기업 덕분에 성장률 수치가 높아졌지만, 경제 전반의 활력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한은이 13일 내놓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로 지난 1월 전망치(2.5%)보다 0.1%포인트 높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이 없었다면 2.8%까지 기대할 수도 있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성장률 상향의 일등 공신은 5개월째 증가세를 지속 중인 수출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어 3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3.7%나 증가, 2014년 12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사드 보복, 보호무역주의 등에도 국내 상품수출이 지난해 2.2%에서 올해 3.3%로 1.1%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관련 투자도 크게 영향을 줬다. 지난해 마이너스였던 설비투자(-2.3%)가 올해 6.3% 증가로 전환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 등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IT(정보기술) 업계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을 2.0%로 제시했다. 지난해(2.5%)보다는 큰 폭으로 둔화된 수치다. 큰폭으로 증가한 설비투자나 지식재산생산물투자(2.3→2.7%), 상품수출(2.2→3.3%), 상품수입(3.6→4.0%) 등 다른 부문과는 온도차가 상당하다.
작년 2분기부터는 가계소비 성장기여도(1.6→1.3→0.7%p)까지 둔화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빚 부담으로 가계가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인정했다.
한은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96.7을 기록해 두달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작년 11월부터 5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저소득층과 서민가계를 덮은 냉기가 가시질 않고 있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 반면 소비는 여전히 저조하다”면서 “실질구매력 측면에서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빠른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비 회복을 위해 가계소득 개선이 중요하다면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가계부채 연착륙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5632달러로 2015년(1만5487달러)에 비해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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