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이 4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력한 인수의사를 드러냈다.
막강한 자본력과 협력관계를 앞세운 대만과 미국 기업에 밀려 열세로 평가받던 SK하이닉스가 최 회장의 통큰 승부수로 본입찰에서 역전극을 펼칠지 주목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 특강을 마친 후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바인딩(bindingㆍ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아니라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며 “본입찰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의 예비입찰 금액이 다른 업체보다 적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관련기사 9면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 매각 후보는 4곳으로 압축됐다. SK하이닉스,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등 동종업계 기업 3곳과 미국 헤지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 1곳이다.
도시바는 이들과 욧카이치 공장 고용 유지 등 조건을 협상하면서 5월 2차 입찰을 진행하고, 6월 우선협상자 선정 등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반도체의 몸값은 천정부지다. 입찰금액은 당초 시장 예상치인 1조엔보다 세배 가량 높아졌다. 이를 끌어올린 주체는 3조엔(약 31조원)을 써낸 폭스콘이다. 미국 실버레이크파트너스도 2조엔이 넘는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SK그룹 총수가 본입찰에서는 밀리지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명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손잡고 지난달 29일 마감된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최 회장의 결단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그간 “투자와 채용이 뒷받침될 때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유지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지론으로 펴며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통큰 투자를 주도해왔다.
SK그룹은 올해 16개 주력 관계사가 모두 17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 실적(14조원)보다 20%가량 늘어난 공격적인 규모다.
특히 지난 2011년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 인수를 결정한 하이닉스는 5년만에 SK그룹을 에너지ㆍ화학그룹에서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를 꿈꾸는 최회장의 통큰 승부수가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막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는 현재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생산업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기준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도시바, WD, 마이크론에 이어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차지하면 2위로 단숨에 뛰어오른다. 성장성이 높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권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