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철 사장-용준 부사장 체제 업계 매출 2위 녹십자 구조개편
한미약품도 임종윤-종훈 형제 40세 경영자로 사업전면 부상
서로 잘 알아 시너지효과 장점 의견 충돌땐 ‘형제의 난’ 우려
국내 제약업계에서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금호그룹과 두산그룹등이 형제들끼리 경영권을 번갈아가면서 맡고있는 대표적인 사례이고 창업주의 별세 등으로 형제들끼리 기업을 분할해 가업을 승계하는 일은 일반적이다. 국내제약업계도 창업주의 시대가 저물면서 2,3세들이 경영일선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고있다. 업계에서는단일한 후계자가 가업을 승계하는 것보다는 2,3세들이 경영일서에 나서면서 회사를 끌고나갈 ‘진검승부’를 펼치는 것에 긍적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형제 경영’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관계이기에 의사결정에 빠른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의견이 갈릴 경우 현대나 금호 등 대기업들의 사례처럼 ‘형제의 난’으로 불릴 만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우려도 있기 때문에 업계도 주목하고있다.
▶녹십자홀딩스, 허은철 사장-허용준 부사장 체제로 재편=국내제약사 매출 순위 2위인 녹십자는 최근 형제 경영을 전면으로 실시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24일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에 허용준 부사장을 선임했다.
허용준 부사장은 현 녹십자 허은철 사장의 두 살 아래 동생이자 허일섭 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부사장은 고 허영섭 회장의 아들이며 고 허영섭 회장과 허일섭 회장 역시 형제지간이다. 원래 녹십자홀딩스는 허일섭 회장과 전문 경영인인 이병건 사장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아 왔는데 최근 이 사장이 종근당홀딩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허일섭 회장의 단독 체제로 꾸려졌다. 허일섭 회장은 선대 회장인 고 허영섭 회장의 동생이자 녹십자 창업주 고 허채경 회장의 아들이다.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된 허용준 부사장은 1974년생으로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경영대 MBA를 거쳐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했다.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친 뒤 2008년 녹십자홀딩스 상무, 2010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녹십자홀딩스의 대표이사로 녹십자그룹의 살림을 이끌어가게 된다. 이에 녹십자홀딩스의 경영 전면에 허 사장-부사장 형제가 나서게 되며 허 회장은 이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도 형제 경영 스타트…대원제약은 이미 15년 전부터=제약업계에서 형제 경영이 이뤄진 곳은 또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10일 주주총회를 통해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차남 임종훈(40)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2012년 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45)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5년 만에 둘째 아들도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씨와 차남 임종훈씨는 모두 만40세가 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미국 벤틀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임종훈 전무는 지난 2007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뒤 경영과 관련된 업무를 맡아오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수행해 왔다.
녹십자, 한미약품처럼 상위 제약사는 아니지만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대원제약은 이미 15년 전부터 형제 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형제지간인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이 대원제약을 이끄는 중심에 있다.
1958년 설립된 대원제약은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제약사로 최근에는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으로 인지도를 많이 끌어올리며 매년 성장세가 뚜렷한 기업이다. 지난 1982년과 1985년에 각각 입사한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은 고 백부현 회장의 아들로 백부현 회장이 작고한 지난 1996년부터 공동으로 대원제약을 맡아오고 있다.
▶서로 잘 알아 시너지 효과 있지만 의견 충돌시 ‘형제의 난’ 우려도=이처럼 형제 경영이 제약업계에서 점차 확장되는 이유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형제지간이기에 의사결정에 있어 보다 빠른 결정과 합의점을 찾기가 쉽다는데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어린 시절부터 서로의 장단점을 알아 왔기에 누구보다 서로에게 의지하는 측면도 많을 것이고 더구나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 받아 잘 이끌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누구보다 클텐데 그런 부분들을 서로 잘 이해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때론 형제 경영인 서로의 욕심에 의해 ‘형제의 난’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롯데그룹 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진흙탕 싸움이 대표적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지금은 마무리됐지만 대웅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유명한 사례다.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의 차남과 삼남인 윤재훈씨와 윤재승씨는 오랜 기간 경영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 삼남인 윤재승씨가 대웅제약 회장 자리를 차지했고 차남인 재훈씨는 대웅에서 분리된 연질캡슐 제조 전문회사 알피코프 회장을 맡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며 “서로의 욕심에 의해 경영권을 갖기 위한 다툼이 생기기도 하며 이는 꼭 기업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닌 보통 가정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국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덩치 큰 기업일수록 선대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때는 보다 정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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