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수출 담당자들의 포부

“그럼 샘플 1000개 주세요.”

이 이야기를 들은 문경희 이마트 해외사업전략팀 부장은 당황했다. 중국 현지 바이어와의 첫 만남에서 들은 대답이 무리한 샘플 요구였다. 꽌시(關係ㆍ상품 거래를 트는 데 들어가는 리베이트) 문화가 익숙한 중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꽌시 자체가 부당하기도 했거니와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 제조업체들에게 샘플부담까지 전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 부장은 되레 “테스트판매 형식으로 200~100개의 제품만 먼저 팔아달라”고 바이어에게 말했다. 그리고 긴 설득 끝에 바이어의 마움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현지에 가져간 상품의 품질을 믿었기에 가능했던 거래였다.

문경희 이마트 부장
문경희 이마트 부장

언어와 생김새ㆍ통화ㆍ문화와 시장구조까지,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기에 각 기업의 수출 담당자들은 매순간 진땀을 흘린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이라는 간판이라도 있지만 해외 현지에선 이마저 없다. 담당자들이 갖춘 무기는 단 두 개, ‘자신감’과 우리 상품의 ‘뛰어난 품질’뿐이다.

지난해 전문무역상사 자격을 획득한 이마트는 최근 싱가포르 시장 진출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화교의 비중이 많고 통관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동남아 시장의 중심축이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 이마트가 갖춘 유통망은 희박하지만, 단 하나 ‘가능성’만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다. 이처럼 한국 유통업체들은 베트남과 몽골ㆍ말레이시아 등 한국 유통업의 기반이 닦이지 않은 지역까지 용기를 가지고 진출하고 나섰다.

그 결과 꽃피는 것이 상사 역할을 담당했던 대기업과 상품을 제작한 중소업체의 상생이다. 중소 생산업체는 상품 판로를 열어서 좋고, 유통업체는 불모지 같은 시장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문 부장도 “유자차를 판매하며 카올라 닷컴에 이마트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중국사업을 하며 해외에서 팔릴만한 상품이 어떤 것인지 배우는 계기도 됐다”고 했다.

올해 전문무역상사 자격을 획득한 GS홈쇼핑의 김호규 한국상품수출팀 차장도 “휴롬ㆍ스팀큐 다리미와 같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GS홈쇼핑의 인지도가 올라갔다”며 “해외 상품 판매를 통해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중소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이익을 얻으며 발생하는 양측의 시너지”라고 했다.

유통업체를 통한 중소기업 상품의 해외 진출 바람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기업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문무역상사 프로그램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홈쇼핑과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포화된 국내 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