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세월호 조타수의 양심 고백 편지가 2년 4개월만에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 조타수 오용석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 뒤인 2014년 11월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세월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기록한 편지를 한 교회 목사에게 보냈다.

이 편지는 장헌권 광주기독교연합(NCC) 대표에 의해 최근 공개됐다.

편지의 핵심은 “2층 화물칸 벽이 천막으로 돼 있고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었다.

2층 화물칸 벽은 설계도상으로는 철제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바닷물 유입을 막을 수 없는 천막이었다는 것.

이 때문에 세월호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물 속으로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세월호는 기울어진 지 1시간 41분만에 뒤집히며 침몰했다. 길이 150m에 달하는 세월호가 이렇게 빠르게 침몰한 건 배 어딘가에서 물이 대량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조사 결과다.

오씨는 편지에서 승객 구조에 미흡했던 점을 유가족에게 사죄한다면서 세월호 뒤쪽 2층 화물칸의 일부가 천막으로 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평소에는 문제없지만, 배가 기울어 바닷물이 밀려오면 천막으론 수압을 버틸 수 없어 물구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는 공식 활동 기간이 끝나기 직전인 지난해 여름 이런 내용을 파악했지만, 중간 보고서에는 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성훈 전 세월호특별조사위 조사관은 “선체 조사나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진 분석만 갖고는 얘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난구조법 위반으로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오씨는 폐암 진단을 받고 가석방됐다가 지난해 4월 숨졌다.

오씨는 편지에서 화물칸 2층 벽 일부를 천막으로 대체한 것을 급속한 침몰 원인으로 꼽으며 “배가 처음 기운 것도 기운 것이구요. 물이 어데로 유입 되었는가 상세히 조사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뒤에 그림으로 보냅니다”라며 그림까지 남겼다.

세월호는 1층 디(D)데크(화물칸), 2층 시(C)데크(화물칸), 3~4층(객실), 5층(조타실 및 객실)로 구성돼 있다.

오씨는 세월호 단면을 그리고 2층 C데크 부분을 지목한 뒤 “이 부분이 천막으로 되어 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되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면상에 뚫어져 있는지 모형을 제시했으니 검찰은 알고 있겠지요”라고 적었다.

한편 검찰 측은 세월호가 바닷 속에 가라앉아 있어 오씨 주장을 확인하기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2014년 10월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 설명자료’에는 선미에 개구부(열려 있는 공간)를 통해 물이 들어왔다는 기록은 있지만, 개구부 위치는 명기하지 않았다.

잠수사들은 세월호 3~5층을 수색한 뒤 더 이상의 진전이 없자, 1층 D데크와 2층 C데크를 수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목사는 한 언론에 “데크 벽은 설계도상 철제로 막혀 있어야 했는데 오씨 주장대로 이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었다면 사고 당시 해수 유입을 막기 힘들었을 것이다. 세월호를 인양했으니 오씨 주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세월호가 인양된 지금이야말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씨와 같은 양심고백을 관련자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2014년 10월13일 진실규명을 위한 양심 고백을 호소하는 편지를 세월호 선원 15명에게 보냈고, 오씨를 포함해 2명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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