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수출 첨병이자 전사로 진화 -한국 수출號의 미래로 부상 ‘주목’ -이마트, 유통업계 첫 무역상사 인정 -사드 보복ㆍ불황 속 새 구원투수로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고 아프리카에서 난로를 판다는 신념 하나로 오대양육대주를 누비며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졌던 ‘상사맨’.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환란위기를 겪기까지 007 가방을 들고 국내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팔기위해 전세계를 누볐던 그들. 지금이야 메일로 상품 카탈로그를 받는 등 앉은 자리에서도 수출입이 가능하지만 예전엔 세계에서 ‘발품’을 팔며 수출 전사로서 인정을 받았던 상사맨. 이를 악물고 글로벌 수출 전선에서 뛰던 그들은 직장인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늪에 빠지면서 상사맨의 위력은 예전보다 떨어졌다.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유통맨’들이다. 그들은 국경없는 온라인 영역으로 발을 들여 실시간으로 전세계인들과의 거래의 장을 여는가 하면, 자체 해외 유통망을 통해 중소협력사들의 제품을 수출하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가시화를 계기로 중국 일변도의 네트워크망을 보완,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노리고 있는 게 유통 상사맨들의 트렌드다. 한마디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더이상 국내 유통시장에서만 활약하지 않는다”며 “국내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은 유통업계가 활발한 해외사업 진출을 통해 무역상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마트의 무역상사로서의 활약은 눈에 띈다. 자체브랜드와 중소기업 제품을 앞세워 이미 국내 대표 무역상사로 인정받은 이마트는 양질의 수출제품 확대로 해외 진출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국내 유통기업 최초로 정부로부터 ‘전문무역상사’로 지정 받았다. 전문무역상사는 중소기업 등 ‘수출 초보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생긴 제도다. 3년간 연평균 수출 실적 100만 달러 이상이고, 타 중소ㆍ중견기업의 제품이 전체 수출 비중에서 30% 이상 차지해야 한다. 이마트는 2015년 ‘백만불 수출의 탑’에 이어 지난해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로서 2년 연속 수출의 탑을 수상한 것은 이마트가 최초다.

이마트는 수출 전문기업으로서의 목표도 새롭게 설정했다. 최근 이마트는 내년까지 연 1000억원 규모 달성을 선언했다. 이마트는 올 한해 동안 일본ㆍ영국ㆍ대만 등 20개국에 노브랜드와 같은 자체브랜드(PB) 상품과 중소기업 제품 등을 530억원 가량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출실적보다 200억원 가량 높아졌다. 이중 이마트는 지난해 전체 수출 실적 중 30%를 차지한 ‘노브랜드’, ‘반값 홍삼정’을 비롯한 중소기업 스타상품 개발 프로젝트 등 단독 상품 수출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해당 목표달성을 위해 현재 이마트 해외사업담당 산하 해외사업전략팀ㆍ트레이딩운영팀ㆍ트레이딩MD(상품기획)팀 등 3개팀이 이마트의 수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GS홈쇼핑도 전문 무역상사로 나선다. GS홈쇼핑은 최근 홈쇼핑 업계 최초로 정부로부터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됐다. 뿐만 아니라 CJ오쇼핑과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를 비롯해 온라인 쇼핑업체 등도 수출첨병역을 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중소기업 수출의 판로를 담당하면서 상생과 더불어 경쟁력 있는 국내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를 키울 수 있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진출 국가를 다양화하고 제품군도 늘려 국산 제품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사드 이후의 유통 미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