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막을 올리면서 서청원 의원(7선)과 김무성 의원(5선)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상도동계’ 동지였던 이들이 박근혜정부 중후반기를 이끌 새누리당 대표 자리를 놓고 맞수로 섰기 때문이다. ‘원조 친박’ 대표 주자인 서 의원과 ‘나도 친박’이라고 말하는 비박계 좌장 김 의원이 외나무다리서 맞붙은 셈이다.

우선 두 사람 모두 YS정부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서 의원은 YS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김 의원은 YS정부 청와대 민정ㆍ사정1비서관, 내무 차관을 역임했다. YS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이들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YS와 달리,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면서 정치적 명운을 같이 했단 점까지도 같다.

아울러 두 의원의 화법 모두 격의 없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다. 남성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인 덕분에 당내 화통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로 꼽힌다.

부산 출신인 김 의원은 ‘횟집 정치’를 통해, 지난해 원내에 입성한 서 의원은 하루 세끼 ‘식사 정치’를 통해 이미 의원들과 한 차례 일대일 대면접촉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8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 의원이 “모든 구태를 과감히 청산하고, 미래로 가기 위해 과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포문을 열면서 시작부터 양측이 으르렁대는 모양새다. 김 의원의 ‘과거와의 전쟁’이라는 발언이 사실상 서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자, 서 의원 측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김 의원이 내건 ‘과거 대 미래’ 프레임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7선 원로인 서 의원을 과거에 묶어 두고, 미래에 김 의원을 염두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서 의원이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과 2008년 친박연대 대표 시절 비례대표 공천헌금 사건으로 두 차례 감옥생활을 했다는 점을 겨냥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김 의원은 청와대 실세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겨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9일 CBS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 비서실장이 당과 청와대 관계를 너무 수직적 관계로 만든 건 잘못”이라면서 “새로운 당청관계를 만들고 당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10일 사실상 당권 도전을 선언할 계획인 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아왔다는 점을 내걸면서 ‘의리’를 강조하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로 “박근혜 후보는 2004년 당을 위기에서 구했다. 어려울 때 조직을 지켜준 사람이니 그에 대해 의리를 갚아야 한다”고 했고, 지난해 9월 재보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 출입기자들에게는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 평전을 배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이 신뢰관계를 얼마나 강조하는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서 의원 측은 비박계 좌장으로 꼽히는 김 의원이 스스로를 ‘친박으로 불러 달라’는 데 대해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청와대와 매끄럽지 못한 관계를 만든 건 김 의원 본인 몫”이라면서 “그동안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오던 분이 아니셨냐”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 의원 측이 김 의원의 ‘과거 대 미래’ 프레임에 대해 ‘배신 대 의리’ 프레임으로 맞수를 두면서 벌써부터 양측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소장파 김영우 의원은 두 중진의 경쟁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김 의원은 전대 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청원, 김무성 의원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충청권 맹주로 꼽히는 이인제 의원도 10일 ‘새누리당 대혁신 비전 선포식’이란 세미나를 열고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