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통계청과 한국 삶의 질 학회가 15일 ‘삶의 질 종합지수’를 시산해 발표하면서 한국인의 행복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기구들의 평가를 보면 한국은 객관적 지표에서는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주관적 지표에서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말하자면 경제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정신적으론 매우 궁핍한 상태에 놓인 셈이다.

15일 통계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지수(BLI)’와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 UN의 ‘세계행복보고서(WHR)’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비교ㆍ분석한 결과 한국의 순위는 세계 17위에서 58위까지 큰 편차를 보였다. 객관적 지표만으로 평가할 때에는 10위권대에 들었지만, 주관지표로만 평가하면 50위권대로 추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양호한 조사결과는 UNDP의 HDI로, 전세계 188개국 중 17위에 랭크됐다. 이 HDI는 기대수명과 기대교육년수, 평균교육년수, 1인당 국내총소득(GNI) 등 4개의 간단한 지표로 100여개 이상의 국가간 비교와 장기 시계열 비교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은 객관적 지표로 평가한 인간개발 측면에서 경제규모에 버금가거나 이보다 약간 떨어지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객관적 지표와 주관지표를 혼용해 측정하는 OECD의 BLI는 38개 비교대상 국가 가운데 2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BLI 지표는 주거, 소득과 재산, 직업과 수입, 사회관계ㆍ공동체, 교육과 능력, 환경의 질, 시민참여 및 거버넌스,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영역의 객관적 지표와 설문조사 결과 등 24개 지표로 구성돼 있으며, 가장 높은 활용도를 보인다.

주관지표로만 평가하는 UN의 WHR에서는 한국이 전세계 157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58위로 매우 낮았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최하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OECD 34개국 중에선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삶의 질과 행복도 측정 결과는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으로 교육이나 기대수명, 경제규모 등에선 선진국 수준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나, 사회ㆍ문화적ㆍ정신적 측면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 사회 양극화와 갈등, 갈등 조정 문화의 미성숙 등이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선 양적인 성장에 치우쳤던 경제ㆍ사회개발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신적ㆍ문화적 역량과 사회적 갈등을 평화적ㆍ민주적으로 조정하고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도록 시민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대전환이 필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