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미국과 중국 양국으로부터 동시 통상압력을 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양측의 압박에 구체적인 대응 액션이 나온 것은 아지니만 정부의 스탠스가 다르다는 얘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지난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술 더떠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덤핑관세 부과 확정을 받은 후 관세 회피를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ㆍ태국으로 생산지를 옮겨 다니며 불공정무역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무역 부정행위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보호무역주의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직접 대응보다는 외곽에서 성난 미국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ㆍ암참)에서 주최하는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한ㆍ미간 무역ㆍ통상부문의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유 부총리는 앞서 지난주에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통화에서 경제ㆍ금융 등 분야에서 양국간 적극적인 소통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을 방문중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9일(현지시간)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국 정부 주요인사들과 만나 한미간 경제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무역보복에 대응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정부와 자유한국당은 7일 당정협의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반발해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무역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대응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노골화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보복에 적극 대응을 시사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이같은 정부의 대응방식 차이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출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은 자국 안보에 위협요소가 될 수 있는 사드 배치에 반발해 힘의 보복에 나선 반면, 미국의 경우는 중국을 겨냥한 환율ㆍ무역전쟁에 한국이 후폭풍을 맞게 된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 정부에 취하고 있는 통상압력은 결이 다르다”며 “중국의 무역보복에 대해선 당장 피해가 있더라도 우리가 갖고 있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적극 대응하고, 장기적으론 중국에 쏠린 시장을 다변화해 무역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충분히 대화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국내 정치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킨 이후 트럼프 신정부와 대화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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